보리수 밑에 정좌한 태자는 도(道)를 깨치기 전에는 결코 이 자리를 뜨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을 하였다.
그리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 성도할 시기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이것을 안 마군들은 태자의 성도를 방해하려고 태자 곁으로 몰려들어 온갖 못된 짓을 행하였다. 그러나 태자의 수행을 중지시킬 수는 없었다. 태자는 작은 물병 하나를 무릎 앞에 세워 놓고 미친 듯이 날뛰는 마군들에게 말하였다.
"이 물병을 움직여 보아라. 만일 너희들이 이 물병을 움직일 수 있다면, 너희들의 뜻에 따라 성도를 포기할 것이고,
만일 움직이지 못한다면 너희들은 내 뜻에 따라 즉시 물러가서 다시는 내 수도를 방해하지 말라."
마군들은 그까짓 물병 하나쯤이야 하면서 달려들어 손으로 잡고 움직이려 했으나 물병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물병에 밧줄을 걸고 수많은 마군들이 일제히 당겨 보았으나 물병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겁을 먹은 마군들은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더니 도망쳐 버렸고,
태자는 드디어 무상정등정각의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