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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법당 뒤] 북문에서 사문을 만나시다

삼운사 0 2,055 2020.04.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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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네째 날에 태자께서 시신에게 이르셨다. "유관을 마치는 날이니 준비를 신속히 하라." 시신이 그 사유를 부왕께 아뢰니 왕이 분부하였다. "태자 전일에 삼문으로 나가서 노병사를 보고 근심을 많이 하니 오늘은 북문으로 나가되 경등이 전일보다 몇 배나 조심하여서 도로 엄정히 하고 상서롭지 못한 것들은 일체 보이지 않게 하라." 시신이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여 공손히 절하고 물러나와 태자를 모시고 북문으로 나올 때, 정거천인이 사문으로 변화하여 선풍도골(仙風道骨)에 수발을 깎았으며, 녹라의상에 금란가사(金欄袈娑)를 두르고 태자 앞으로 표연히 지나갔다. 태자 멀리 바라보시고, '저 사람은 어떠한 사람인가?' 하고 물었다. 시신이 바라보니 그 모양은 처음이라서 뭐라 대답하기 어려워 하는데 웬 사람이 홀연히 나타나며 여쭈었다.  "예, 그는 출가한 사문입니다."


태자 곧 수레에서 내려 사문의 앞으로 걸어가서 공경히 인사하며 물으셨다. "그대가 출가한 사람이라는 것은 시신에게 들어 알았으나 대저 출가를 하게 되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까?" 사문이 합장 답례하고 아뢰었다. "출가공덕이라는 것은 말로 다 여쭐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무상하여 모든 것이 항상 하지 아니하여 하나도 취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세간 은애를 하직하고 깊은 산중에 들어가서 모든 육근의 근원을 조복받고 빠짐없는 거룩한 도를 수습하여 정각을 이룬 후에 대자대비를 일으키어 위로 네 가지 중한 은혜를 갚고 아래로는 삼악도에 고통을 벗겨주며, 다시 일체중생의 생노병사를 해탈하고 삼계고해를 뛰어나서 열반피안에 이르면 무위진락을 수용할지니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되는 미묘법문을 무어라 형언하여 여쭈리까."


말을 마치고 공중으로 솟아올라 가사를 떨치며 사구 게송을 낭낭히 읊었다. '모든 행이 무상한지라 이것은 생하고 멸하는 법이니 생과 멸이 멸하기를 그만하면 적멸의 낙이 되나니라.' 게송을 마치고는 그만 꽃구름 속으로 몸을 날려 사라지니 향기의 바람이 진동하였다. 태자 바라보시다가 서운함을 이기지 못하여 날이 저물도록 산책하다가 월색을 띄어 돌아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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