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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뒤] 혜공스님과 혜원스님, 수행을 비교하다

삼운사 0 289 2017.02.0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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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나라 때의 승려인 혜공과 혜원은 사형 사제 사이로,

젊은 시절 ‘기필코 불도를 성취하겠다’는 서원을 함께 세웠다.

그리고 사제인 혜원스님은 장안으로 가서 여러 경전을 남김없이 독파하여 대강사가 되었고,

혜공스님은 강화로 가서 오로지 <관음경>만을 외우며 정진하였다.

(관음경: 법화경 제 25장 '관세음보살보문품'을 말함)

 

 두 스님은 헤어진 지 3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때 혜원스님은 여러 경전의 심오한 도리를 쉴 사이 없이 계속 말하였으나,

사형인 혜공스님은 한 마디의 응답도 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홀로 열변을 토하다가 멋쩍어진 혜원스님은 혜공스님께 물었다.

 “사형께서는 도무지 말이 없으시니, 그동안 어떤 공부를 하신 것입니까?“

 “나는 원래 천성이 우둔하지 않은가? 그래서 관음경 한 권만을 읽고 외웠을 뿐이라네.“

 “관음경이라면 세속의 불자들도 모두 외울 수 있는 경전이지 않습니까?

  사형께서는 나와 더불어 도과(道果)를 성취하겠다는 서원을 세웠거늘,

  30년이 지나도록 겨우 관음경 한 권만을 외웠단 말이오?

  이것은 우둔한 것이 아니라 나태한 증거요. 서원을 저버린 사형과는 그만 인연을 끊겠소이다.“

 

 혜공스님은 흥분한 혜원스님에게 차분히 말하였다.

“관음경이 비록 적은 분량의 경전이지만 역시 부처님의 말씀 아니더냐.

 그 말씀을 믿어 받들면 무량한 복을 받을 것이요, 그 경전을 경솔히 생각하면 죄를 짓게 되는 법이다.

 그렇게 성만 내지 말고, 서로의 인연을 끊기 전에 내가 외우는 관음경을 한 차례만 들어주게.“

“허허, 관음경은 내가 백 번도 더 가르친 것인데, 어찌 또 시끄럽게 들으라고 하시오?“

“불법이 사람을 키우는 것이지, 사람이 불법을 키우는 것은 아니네.

 다만 지성으로 부처님 말씀을 들으면 그만이지, 왜 사람을 핑계하여 법까지 버리려 하는가?“

 

 이 말을 무시할 수 없었던 혜원스님은 마지못해 혜공스님의 <관음경> 독경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혜공스님이 경의 제목을 읽자 이상한 향기가 방 안에 충만하였고,

본문을 읽어나가자 천상의 음악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네 가지 꽃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천상의 음악소리는 갈수록 미묘한 곡조로 바뀌었고 꽃비는 분분히 휘날리더니,

혜공스님이 <관음경> 외우기를 끝내자 꽃비도 음악소리도 일순간에 멎는 것이었다.

 

 눈앞에서 전개되는 기적에 깜짝 놀란 혜원스님은 자신의 오만함을 깊이 뉘우치고,

혜공스님 앞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였다.

 “한갖 냄새나는 송장에 불과한 혜운이 감히 불법을 깊이 깨달았다며 자부하고 살았습니다.

  부디 저를 깨우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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