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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법당 뒤] 설산동자, 법을 구하다

삼운사 0 4,097 2015.11.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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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산동자(雪山童子)는 설산대사라고도 하는데, 석가모니가 아득한 과거의 세상에서 보살인행(菩薩因行)을 할 때 눈 쌓인 산에서 수행하던 시절의 이름이다. 설산동자는 오로지 해탈의 도를 구하기 위해서 가족도 부귀영화도 모두 버리고 설산에서 고행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제석천(帝釋天)은 설산동자의 이와 같은 구도의 뜻을 시험해 보려고 아주 무서운 살인귀인 나찰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하늘 나라에서 설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설산동자에게 가까이 가서 지난날에 부처님께서 설법한 게송(偈訟) 가운데 "제행무상(諸行無常)하니 시생멸법(是生滅法)이라. (제행은 무상한 것이니, 이것이 생멸의 진리이다.)"라는 게문(偈文) 의 반만 읊어 주었다.

이 게송을 들은 설산동자의 마음은 비길 데 없이 기쁘고 환희로웠으며 깨달음의 등불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지금 게송을 설한 분은 누구십니까?" 고행을 하던 설산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봤다. 그러나 거기에는 무서운 나찰 이외에 다른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설산동자는 나찰에게 물었다. "지금 게송의 반을 읊은 자가 바로 그대인가?" "그렇다." "그대는 어디서 과거 부처님께서 설하신 게문을 들었는가? 나에게 그 나머지 반도 마저 들려 주기 바란다. 만일 나를 위해서 게송의 전부를 들려 준다면 평생 그대의 제자가 되리다."

"그대 바라문이여! 그렇게 물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벌써 며칠이나 굶어 허기에 지쳐서 말할 기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먹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묻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지 사람들을 무섭게 할 뿐이니까." "여기에는 너와 나밖에 없으니 어서 말해 보아라." "정 그렇다면 말하지. 내가 먹는 것은 오직 사람의 살이고, 마시는 것은 사람의 피다."

설산동자는 한참동안 생각하였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좋다. 그렇다면 그 뒤의 나머지 게송을 마저 들려다오. 그 반을 듣기만 한다면 나는 이 몸뚱이를 기꺼이 그대의 먹이로 바치리라." "어리석도다. 그대는 겨우 여덟 글자의 게송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려 하는가?" "참으로 그대는 무지하구나! 옹기그릇을 깨어 금그릇을 얻는다면 누구라도 기꺼이 옹기그릇을 깰 것이다. 무상한 이 몸을 버리고 금강신(金剛身)을 얻으려는 것이니 게송의 나머지 반을 들어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아무런 미련도 없다. 어서 나머지 게송이나 들려다오."

나찰은 지그시 눈을 감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나머지 게문을 읊었다. "생멸멸이(生滅滅已)이면 적멸위락(寂滅爲樂)이니라. (생멸을 넘어서면, 적멸의 즐거움이 있도다.) "나머지 게문을 읊은 나찰은 지체 없이 설산동자의 육신을 요구하였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설산동자는 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냥 죽으면 세상 사람들이 이 귀중한 진리를 알 수 없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제행무상(諸行無常) 시생멸법(是生滅法)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 이라는 게송을 세상 사람들에게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바위, 돌, 나무, 길 등에 이 게송을 많이 써 두었다.

그리고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서 나찰이 있는 곳을 향해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설산동자의 몸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나찰은 다시 제석천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커다란 손으로 설산동자를 받아 땅 위에 고이 내려놓았다. 그리하여 제석천을 비롯하여 수많은 천인들이 내려와 설산동자 발 아래에 엎드려 찬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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