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두 딸을 두었는데 큰 딸이 출산할 때, 애기가 양수를 먹고 잠시 동안 숨을 쉬지 못해
뇌손상을 입어 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여섯살인데 치료를 하고 있지만
한쪽 다리도 절고 말 표현도 어눌하고, 지능도 많이 낮은 거 같아요.
또 작은 딸은, 애기를 낳았는데 한쪽 눈이 잘 떠지지도 않고 게다가 사시입니다.
무슨 과보로 이런 아이가 태어납니까? 저는 괴로워 우울증까지 걸렸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고, 자식을 잘 키웠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 답
물론, 손자들이 그런 장애가 있으면 마음이 아프겠죠..
그럼 그 마음이 아픈 근본은 어디에 있을까요?
본인이 생각해보면, 장애인 아이들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겠죠.
그럼 장애인 아이들을 가지면 왜 마음이 아프고 힘들까?
'장애아는 좋지 않다' 이런 생각 때문입니다.
내가 좋지 않은 것을 가졌기 때문에 괴롭다는 거죠.
그럼 과연 신체에 장애가 있으면 좋지 않은 거냐? 나쁜 것이냐?
이것이 중생의 생각입니다. 어리석은 중생의 생각입니다.
그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장애는 나쁜 거고, 장애아를 둔 건 큰 괴로움이다' 또는
무슨 '죄를 받아 그렇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이런 생각까지 합니다.
이 모든 것의 가장 밑바닥에는 '장애는 나쁜 거다' 라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럼 정말 장애는 나쁜 것인가?
부처님의 근본도리에서 본다면 '모든 사람, 모든 사물, 모든 존재는.. 거기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그것은 다만 그것일 뿐이다. 좋고 나쁨은 우리들 마음에서 생겨난 것일 뿐'입니다.
'좋고 나쁨'이 사물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물을 인식하는 우리들 마음 가운데 '좋고 나쁨'이 있습니다.
이 우리들 마음이라 하는 것은, 무명업식(無明業識)에 가려진 마음입니다.
만약에 우리 마음이 무명업식에서 벗어나면 어떠한가?
그 맑고 청정한 마음에서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면
'사람에게는, 사물에게는, 존재에게는 좋고 나쁨이 없다. 그것은 다만 그것일 뿐이다.'
이것을 근본교설에서는 연기(緣起)라 했고, 또 무아(無我), 무상(無相)이라 했고,
대승불교에서는 공(空)이라고 했습니다. '제법은 공하다..'
거기에는 '좋고 나쁨도, 나고 죽음도, 깨끗하고 더러움도 없다.'
이 모든 분별은 무명업식에 가리워진 어리석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겁니다.
팔이 하나 없으면 나쁜 게 아니라, 생활하는데 불편한 거죠..
키 작은 사람이 높은 선반에 있는 물건 내리기가 불편하듯이..
키 큰 사람은 그냥 내리면 되고, 작은 사람은 의자를 놓고 올라가서 내리면 되고
아니면 그럴 때는 키 큰 사람한테 부탁을 해서 내려도 됩니다.
또 좁은 공간에 들어간 물건을 꺼낼 때는 오히려 작은 사람이 더 잘하죠?
이렇게 역할이 다릅니다. 큰 건 큰 것에 맞게 사용하고, 작은 건 또 그에 맞게 사용하고..
이렇게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지, 무조건 '키는 커야 좋고, 작은 건 나쁘다' 이런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 키 큰 사람한테 부탁해서 물건을 내린다고 해서, 작은 사람이 인생살이에 불리한 것만도 아닙니다.
그렇게 주위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도 되고, 사다리나 의자나.. 그런 기구로 보완해도 됩니다.
마찬가지로, 장애가 있어 불편한 사람은 건강한 사람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마치 높은 곳의 물건을 내릴 때 키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도와주듯이..
또 다른 방법은, 여러가지 기술적 방법을 이용해서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공연히 '너는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어서 이런 애를 낳았다' 어쩌고 하는 것은
꿈속에서 헤매는 것과 같고, 허공 꽃을 꺾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신체 장애를 가진 애를 '나쁘다' 이렇게 인식을 하니까
자꾸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이렇게 연결되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부처님 법(法)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반야심경 첫 구절만이라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오온이 공함을 밝게 비추어 보니, 모든 괴로움이 다 사라졌다'
엄밀히 말해서, 내가 열심히 살고, 착실히 산 거하고, 장애아이가 태어난 거하곤 아무런 연관도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임신중에 어리석어서 남편을 미워하고, 신경을 과민하게 썼으면,
뱃속에 아이가 다칠 수는 있습니다. 이럴 경우엔 참회를 해야죠.
'내가 나쁜 맘을 먹어서 아이가 장애가 됐다' 그런 뜻이 아니라
'어리석어서.. 내가 어리석어서 내 몸를 상하게 하고 아이를 상하게 했구나..
나의 어리석음이 나에게 고통을 가져왔구나..' 이런 걸 참회하는 겁니다.
그런 게 아니라, 장애가 유전적인 경우이거나, 어떤 사고로 다친 경우엔 누구 잘잘못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불법을 모르는 사람은 그런 아이 때문에 괴로워 한다 하더라도..
불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러 이런 애를 낳았나' 이러는 게 아니라
그럴수록 더 간절한 보살의 마음을 내어서, 더 정성을 기울여 돌보는 것이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어리석어서 진실을 보지 못하고, 복을 재앙이라 하면서 괴로워했습니다.
저도 관세음보살님처럼, 작은 관세음보살이 되어 내 손녀딸들을 귀여워하며 잘 보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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