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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의 똥,오줌을 치우는 부처님

보리심 0 7,018 2009.04.25 00:00
어느 날 마갈타 국의 빔비사라 왕은 부처님과 죽림정사에 있는 모든 스님들을 왕궁으로 청하여 공양을 올리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날따라 부처님께서는 공양청(供養請)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중스님들만 다녀오게 하였습니다. 대중들이 떠난 죽림정사에는 부처님 말고는 또 한 명의 병비구(病比丘)가 있었습니다. 그는 모진 병이 들어 누군가가 똥ㆍ오줌을 받아 주어야만 하였는데 오랫동안 차도가 없자 다른 비구들의 간병이 갈수록 소홀해졌습니다.

 

자연히 병든 비구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악취는 움막 근처에만 가도 코를 찔렀습니다. 게다가 악취를 싫어한 동료들이 공양마저 제때 갖다 주지 않았으므로 그 병든 비구는 배고픔과 고독 속에서 하루 하루를 눈물로 지새웠습니다. 전 대중이 죽림정사를 떠나자 부처님께서는 병든 비구의 움막으로 발걸음을 옮겨 똥ㆍ오줌으로 찌든 짚을 걷어낸 다음 마른 짚을 푹신하게 깔아주셨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길어와 병든 비구의 몸을 닦아주고 새 옷을 입혀주자 병든 비구는 황송해 하며 감격의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물었습니다.

“그대는 이렇게 아파 누워있으면서 어떠한 생각을 주로 하느냐?”

“부처님이시여, 저의 생각이 잘못된 줄은 아오나 다른 비구들에 대한 미움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아픈 나에게는 죽 한 그릇 제대로 주지 않고 저희들끼리 맛있게 먹고 즐겁게 사는 그들은 수행승이 아니라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대에게 묻겠노라 그대는 몸이 건강했을 때 병든 사람의 대ㆍ소변을 받아 내거나 죽을 끓여준 일이 있느냐?”

병든 비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럼 병든 이에게 약을 달려 주거나 몸을 닦아주거나 한번이라도 너의 몸이 아픈 것처럼 걱정을 해준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대는 다른 비구들이 보살펴주지 않는다고 원망을 하느냐? 씨앗을 뿌리지 않았으면 열매를 얻을 수 없는 법,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기고 인연 다하면 멸(滅)하느니라. 남을 괴롭히면 나 또한 괴로움을 당하게 되고 남의 재물에 손해를 입히면 나의 재물을 잃게 될 날이 오며 남을 매질하는 자는 내가 매질 당하는 때가 오느니라. 그리고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한 자는 제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날을 맞이하게 되느니라.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밭에 씨를 잘 심어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하느니라.”

 

이때 대중들이 공양을 마치고 죽림정사로 돌아오자 부처님께서는 ‘여덟 가지 복 받는 일[八福田]’을 일러주시고 간병공덕에 대해 가르침을 내렸습니다.

“비구들이여 여덟 가지 복전 가운데 병자를 간호하는 것이 가장 큰 복전이 되나니, 병든 자를 잘 보살펴주는 것은 부처님께 최상의 공양을 올리는 것과 갔느니라.”

이어 부처님께서는 아난 존자의 청에 따라 병든 비구와 전생인연을 설하셨습니다.




“아득한 옛날에 마음씨가 고약한 왕이 있었으니, 백성들은 그를 악행왕(惡行王)이라 하였느니라. 더욱이 그는 음심(淫心)까지 깊어 마음에 드는 여인이면 처녀나 유부녀, 신하의 부인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취하였으며 반대하는 이가 있으면 멀리 귀양을 보내거나 사정없이 채찍으로 때렸느니라.

어느 날 악행왕은 어질고 아름답게 생긴 유부녀에게 반하여 신하로 하여금 왕궁으로 데려오게 하였으나, 그녀는 단호하게 거부 하였느니라.

 

‘차라리 죽음을 택할지언정 내 남편이외의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

그러한 아내를 보면서 남편은 대신 잡혀가 초주검이 되도록 매를 맞을 것을 알면서도 뜻을 굽힐 수 없었느니라.

‘절대로 아내를 보낼 수 없소 나를 잡아가시오.’

 

잡혀간 남편은 악행왕의 부하 중 채찍질을 잘 하기로 소문난 장사 앞에 끓어 앉았느니라. 그 장사는 뇌물을 주는 이에게는 거짓 매질을 하였지만 뇌물을 주지 않는 이에게는 인정사정 두지 않아 그의 채찍에 죽은 자가 부지기수 이었느니라.

남편은 두 눈을 감은 채 합장을 하고 애절히 장사에게 청을 하였느니라.

 

‘힘센 장사님 저는 돈 한 푼 없는 가난뱅이 백성입니다. 그러나 항상 부처님을 믿으며 선행을 쌓고 다른 이의 복됨을 빌고 있습니다. 힘센 장사여 만일 저의 목숨을 구해 준다면 저승에 가서라도 그 공을 잊지 않고 꼭 갚겠나이다. 장사여 살리고 죽이는 것은 오직 당신의 한 생각에 달렸으니 부디 자비심을 발하소서.’

장사는 어떤 감명을 입은 듯 그 남편을 지긋이 바라보며 무언의 암시를 주고는 채찍을 날렸느니라.

 

‘에잇!’

채찍은 땅바닥에 내리꽂혔고 남편은 거짓 비명을 질렀느니라.

‘으악!’

이윽고 서른 대의 거짓 채찍질이 끝났을 때 남편은 감사의 눈짓을 보내고 기어이 형장을 빠져나왔느니라. 이것이 아득한 겁(劫)전의 일이니, 그때 매질한 장사가 지금의 병든 비구요. 살려달라고 청하였던 남자가 바로 나였느니라.

 

그 후 장사는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그 고통이 끝난 연후에 6백 생 동안 소와 말이 되어 자신이 채찍을 휘둘렀던 사람들의 집을 돌며 매 값을 되돌려 받았으며 그 빚을 다 갚고 나서야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이렇게 아무도 돌보지 않는 병든 몸으로 살아가고 있느니라.

 

그리고 그때 내가 살려 주는 공을 꼭 갚겠다고 하였으므로 오늘날 이렇게 비구가 되어 나의 간병을 받게 된 것이니라.”

 

-사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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