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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단이 의지해야 할 곳 (홍사성 주필, 불교신문)

연꽃 0 6,295 2008.10.18 00:00
불교교단이 의지해야 할 곳

 
 
 
부처님이 열반에 든 지 오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이 무렵 아난다는 왕사성에 머물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걸식에 나가기 전에 잠시 바라문 구묵목건련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반갑게 아난다를 맞이하며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이 문안인사를 하는 동안 마침 마가다국의 우세대신이 지나는 길에 권속들과 함께 구묵목건련의 집에 들렀다. 우세는 아난다를 만난 김에 평소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다.

“스님. 부처님께서 혹시 이 세상에 계실 때 혹시 어떤 제자를 내세워 당신의 후계자로 삼고 그를 의지하라고 말하신 적이 없습니까?”

“그런 적도 없고 그렇게 지목 받은 제자도 없습니다.”

“스님의 말씀대로라면 불교교단은 지금 지도자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스님들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 계실 때처럼 서로 존경하여 다투지 않으며, 깊은 믿음으로 다같이 가르침을 받들며, 물과 젖이 하나로 합하듯이 화합승가를 이루고 있습니까?”

“우세여. 그대는 우리 승가가 의지할 데가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의지할 데가 있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이 어떤 비구를 내세워 후계자로 삼고 그에게 의지하라고 하시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의지할 데가 있다니 말씀의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에 의지하지 않고 법에 의지합니다. 보름이 되면 한곳에 모여 포살을 하는데 그때 계목(戒目)을 잘 아는 비구에게 법을 청하여 듣습니다. 그가 청정하면 그의 말을 받들어 행하고 만일 그가 청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법에 따라 조치합니다.”

이 말을 들은 우세는 이렇게 감탄했다.

“아난다스님의 설명은 스님들이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법에 따라 조치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계시지 않고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아 의지할 데가 없어도 법은 오래 존속할 것이며, 불교승가는 물과 젓이 합치듯 화합하여 다투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이 계실 때와 같을 것입니다.”

-중아함 36권 145경 〈구묵목건련경(瞿默目楗連經)〉-



교단의 중심은 교법과 계율


부처님은 당신의 입멸에 즈음해 ‘후계자’를 특별히 지정하지 않았다. 부처님 자신도 승가의 일원일 뿐이며, 승가는 ‘법과 율’에 의해 운영되는 단체였기 때문이었다. 구목목건련이라는 사람은 이것이 의문이었다. 과연 어느 단체가 지도자 없이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상상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 대한 아난다의 대답은 불교교단이 무엇에 의해 운영되는 집단인가를 잘 말해준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법과 율’이라는 것이다.

불교는 진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교단이다. 이 교단을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율장이 모든 것을 다 규정하고 있다. 교단구성원들은 이 법과 율에 의해 생활하면 된다. 이것이 사람에 의지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사람에 의지하다보면 사람에 따라 법과 율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법과 율에 의지하다보면 모든 문제를 원칙에 의해 처리하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교단이 오랜 역사동안 무너지지 않고 존속돼온 것도 바로 이 법과 율에 충실하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법과 원칙이 사람에 의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부처님의 교법이나 계율보다는 세속의 법률에 따르려는 사람도 있다. 법과 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데서 생기는 폐단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교단은 어떤 일을 처결할때 정법과 율장정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만이 바람 많은 세상에서 불법을 영속시킬 방안이다.

홍사성 / 본지 주필



[불교신문 2049호/ 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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