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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올리는 편지 (4) [나를 죽이려드는 우주인가]

장석효 0 6,799 2005.03.04 00:00
매일같이 해가 뜨고 지면서 내 수명의 나날이 줄어들고 있나요?
저 수많은 사람들과 나는 치열히 경쟁하며 밥그릇을 다퉈야 하나요?
더불어 있다는 건 다툼의 운명이며, 살고있다는 건 곧 죽어가고있다는 말인가요?
이 우주는 정녕코 나를 죽이려고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저 태양은 하루도 빠짐없이 떠올라 자양분을 만들어주며,
그렇게 키워진 쌀과 채소와 과일이 내 입으로 들어가 이 몸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내가 입는 옷한벌, 내가 신는 신발 한켤레를 만들기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습니까?
그 사람들 뒷바라지하는 가족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내가 미워하고 싫어하는 저 사람이 전생에는 나의 은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를 괴롭히는 저 사람이 다음생에 가서는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줄지도 모르지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안계시다면 내가 어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나의 부모는 조부모가, 조부모는 증조가, 증조는 고조가 안계셨다면 어찌 있었겠습니까?
그 모래알수만큼 무수한 조상님들의 음식과 옷을 만들기위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까요?
그 때에도 태양은 뜨고지며 자양분을 공급하고, 저 허공은 지금 저대로 공기를 공급하고...
도대체 '나' 하나가 있기까지 도움이되지 아니한 게 없을 지경입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소쩍새가 그리그리 울었던 것처럼,
이 '나' 하나 살리기위해 무량세월동안 온세상이 그리도 번잡했고 지금도 번잡하니
이 삼천대천에 나의 은인 아닌 사람이 누구이며, 고맙지않은 존재가 무엇이겠습니까?

나를 죽이려드는 우주라면, 그게 곧 생지옥이지 무엇이겠습니까?
온통 은인들 뿐이요, 모든 존재가 나를 도와준다 깨닫고 보면, 예가 곧 극락이지 어디겠습니까?

택시를 타면 나를 집에까지 데려다주는 은인
TV를 켜면 나를 즐겁게 해주는 은인들
식당에 가면 내 음식을 만들어주려는 은인들
집에 들어오면 은인중의 은인들...
길거리를 다닐 때엔 외롭지않게 길동무해주는 은인들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내 수행과 마음공부를 도와주는 은인
전생은인 이생은인, 남자은인 여자은인...
은인(恩人)들과 함께 사는 세상 ~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십니다.

연기(緣起)의 지혜광명을 비춰주시는 천상천하 무여불
거룩하신 부처님께 지심(至心)으로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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