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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올리는 편지 (3) [불교는 不敎]

장석효 0 6,335 2005.02.01 00:00
불교는 不敎입니다.
어찌 분별망식의 敎로써만 불교를 말하겠습니까?
어찌 부족하고 불완전한 언어문자로 그 가르침의 본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
단맛을 설명한 8만4천권의 책을 본들 어찌 '단맛'을 알겠습니까?
한알의 설탕이라도 혀로써 직접 맛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전하신 것은 지식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불(佛)은 佛(사람人+아닐弗)이니 '사람이 아닙니다'
몸뚱이가 '나'인줄 알고 살지만, 알고보면 地水火風이요,
마음이 '나'인줄 알고 살지만, 어느 '마음'이 나입니까?
'나'라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나'라는 생각이요 한갓 '이름 뿐'입니다.
사람이 사람이 아니요, 내가 내가 아니라는 무아(無我)의 가르침이야말로
부처님께서 가장 하고싶으셨던 말씀이지요.
내가 없을진대 생노병사 고통이 어디있으며 백팔번뇌가 어디있겠습니까?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나라는 것'은 정녕코 없음을 사무치게 아는 것입니다. 

불교는 '동사'입니다.
부처님께서 무상(無常)을 말씀하신 것은 '염세'를 말씀하신 것이 아니요
부처님께서 공(空)을 말씀하신 것은 '허무'를 말씀하신 것이 아니요
부처님께서 해탈을 말씀하신 것은 목석(木石)같이 되라는 것이 아닐진대,
어찌하여 버리기만하고, 끊기만하고, 앉아만 있기를 求하겠습니까?
바다밑에 웅크리고만 있는 용을 어찌 '용(龍)'이라 할 것입니까?
불교는 '명사'가 아니요, 불교는 '동사(動詞)'입니다.
가르침을 등불삼고 육신을 쟁기삼아 자비로써 行할 때에
비로소 불교라는 이름이 참다이 빛날 것입니다.

설탕 근처조차 못가본 우리에게 '단맛'을 설명하려 애쓰신 부처님...
얼마나 답답하고 얼마나 안타까우셨습니까?

영원한 스승이시며 자비로운 어버이이신
거룩하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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