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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느님께 봉헌'은 민족적 배신 행위" / 부산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

대성 스님 0 6,903 2007.10.08 00:00
"'서울, 하느님께 봉헌'은 민족적 배신 행위"
[인터뷰] 부산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 ...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 배경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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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
ⓒ 윤성효
icon_tag.gif 범어사
 

사바 대중을 향해 산문(山門)을 활짝 연 14일 오후 부산 금정산 범어사를 찾았다. 12일부터 '2007 범어사 개산 선문화 축제'가 이날까지 열려, 범어사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산문으로 오르는 일방통행의 2차선 도로에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바로 "종교편향 왜곡보도 조선일보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현수막은 3개나 걸려 있었다.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은 부산불교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다. 부산불교연합회를 비롯한 부산불교교권수호협의회는 지난 1월 23일 부산 KBS홀에서 '종교평화를 기원하는 불교수호대법회'를 열었으며, 오는 11월 6일 같은 장소에서 '제8회 팔관회 및 불자단결을 위한 불교수호대법회'를 연다.

 

부산 불자들이 불교교권수호를 외친 것은 기독교 단체 때문이다. 기독교 단체가 2004년 서울에서 '어게인 1907' 행사를 열었고, 2006년 6월 4일 부산벡스코에서 '어게인 1907 인 부산' 행사를 열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있으면서 이 행사에 참석해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한다"고 말했으며, 지난해 부산 행사에는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동영상으로 축사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에 모인 기독교인들은 통도사와 범어사・해인사・표충사 등의 사찰을 거명하면서 '사찰이 무너져야 한다'고 기도했다. 이날 행사가 인터넷 동영상으로 유포되면서 부산지역 불교계가 발끈했던 것.

 

범어사는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의 결정에 따라 산문에 ‘조선일보 구독 거부’ 현수막을 내걸었다. 14일 오후, 대성 스님을 만나 ‘조선일보 구독 거부’와 함께 오는 11월 6일 열리는 ‘불교수호대법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성 스님은 조선일보에 대해 "'조선'이라면 민족의 이름이다. 조선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쓰는 한 누가 사주가 되더라도, 민족을 위하는 신문으로 발돋움하려 해야 하고, 거기서 일하는 기자들 모두 정신 차리고 그렇게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대성 스님으로부터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대성 스님은 인터뷰 도중 '이명박씨'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는 2004년 '서울 봉헌'에 이어 최근에는 "대선 결과는 하느님이 주는 것"이거나 "대통령직보다 장로가 더 중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성 스님은 "적어도 하느님을 믿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한다'고 하는 것은 민족 배신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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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입구 삼거리에 "우리 불자들은 조선일보 구독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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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선일보 구독 거부' 지금은 경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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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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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 입구에 ‘조선일보 구독 거부’ 현수막을 걸어 놓았던데, 혹시 범어사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는지요?
“일단 총무원에서 합의된 사항이고, 합의된 사항이라 어쩔 수 없죠. ‘조선일보 구독 거부’ 현수막을 다는 것에 대해 범어사 안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신도들부터 그 신문 보지 말자고 할 정도이고, 각계각층에서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되어 있지 않나요.”

 

- 불교계가 이같은 운동에 나선 배경은 무엇이라 보는지요?
“세상에는 상식이 통해야 합니다. ‘조선’이라면 민족의 이름이죠. ‘조선’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쓰는 한 누가 사주가 되더라도, 민족을 위하는 신문으로 발돋움 하려 해야 하고, 거기서 일하는 기자들 모두 정신 차리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수행자가 종교의 이해관계에 머무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 신문이 하는 걸 보면 세인이 보더라도 참기가 어렵게 되어 있지 않나요. 승려들은 임진왜란 때 목숨 바쳐 싸웠고, 일제가 한반도의 큰 나무들을 베어갈 때 사찰 주변만큼은 지켜내지 않았나요. 이런 것만 봐도 불교는 민족종교입니다. 그런데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종교가 민족종교를 헐뜯고 폄하하고 ‘사찰이 무너져라’라고 기도를 했어요. 정신 나간 나라가 아니라면 이럴 수 없지요. 종교는 신성한 것입니다.”

 

- 조선일보 구독 거부운동에 대해 신도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직 행동을 하지는 않고 홍보 위주입니다. ‘우리는 조선일보 구독을 거부한다’는 정도의 홍보지요. 행동으로 한다면, 5000명이고 1만명이고 법회에 옵니다. 부산만 200만 불자인데, 스님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지요. 그 중에 60%만 되어도 엄청나죠. 전국으로 확산되면 더 엄청날 겁니다. 그동안 불교가 짓밟혀 왔는데, 이제는 당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죠.”

 

- 범어사는 조선일보를 구독하는지, 어떻게 했는지요?
“우리도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아직 끊지는 않고 있어요. 구호만 외쳤고 아직 행동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총무원에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이제는 행동으로 들어가자고 할 겁니다. 그 때 절에서부터 신문도 끊고 신도들도 동참할 것입니다.”

 

- 조선일보 보도가 왜 문제인가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행자답지 못하죠. 상식적으로 지나쳤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을 일일이 말하지 않더라도 삼척동자도 다 알지 않나요.”

 

- 정치인들도 언론과 잘 싸우려 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번 조선일보와 싸움에서 불교계가 이긴다고 보는지요?
“만일 이런 차원의 경고에도 조선일보가 계속해서 종교를 걸고넘어지는 입장이 된다면 더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습니다. 최근 미얀마(버마)사태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스님들은 생명까지 기꺼이 버리는 사람입니다. 생명을 버려서라도 이루어 내자는 거지요. 조선시대 스님들은 천민 대우를 받으면서도 꿋꿋이 지켜왔잖아요.”

 

-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방과 6·25, 근대화 등을 거치면서 매스컴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 동아일보의 고바우 만화만 보면 그 신문은 다 읽었다고 할 정도였지요. 사설 하나만 읽어도 시대를 알 수 있었지요. 그런 진중한 글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을 걸고넘어지는 내용의 글로 도배되고 있죠. 기자들이 훌륭한 인격과 지적 수준들을 가져야 합니다.”

 

- 그래도 옛날에 비해 언론 자유가 많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자화자찬이겠지요. 너무 깊이가 없습니다. 철학적인 사고가 적다는 거지요. 사상적으로 미약합니다.”

 

- 언론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씀은?
“특별히 할 말이 있다기보다 지금까지 사회를 이끌어 가는 대동력은 돈이고 정치권이었는데, 우리도 모르게 사이에 대동력이 미디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언론이 대동맥의 역할을 해야 할 때 자기들도 그런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언론인도 인격과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 거지요.

 

하나를 보도하더라도 어린이나 노약자 등 힘없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축소해서 피해를 적게 하도록 하는 것도 살아가는 테크닉입니다.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나간다면 나라가 엎어져버립니다. 모든 국민이 보는 글인데 사회에 도움이 되고 수준 있는 글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수준도 높아집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언론은 국민에 해악입니다. 국민들은 수준 있는 글들을 원합니다.”

 

11월 6일 '불교수호대법회'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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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로 오르는 일방통행인 2차선 도로에 '조선일보 구독 거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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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1월 6일 불교수호대법회를 여는데 왜 하는지요?
“수행하는 것은 일방적인 믿음과 다릅니다. 수행은 피를 깎는, 내 생명을 투자해서 얻어야 될 지혜입니다. 이렇게 자기 생명을 바쳐야 하고, 지혜의 산물이 바로 정신문화죠. 성직자들이 먼저 수행을 하지 않아서, 우리 스스로 수행으로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신도들이 불교의 진리를 제대로 알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불자는 많은데 불교의 사상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습니다. 우리부터 자성하자는 거지요.”

 

- 기독교 단체에서 연 ‘사찰이 무너져라’는 기도회를 열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그 동영상을 대충 봤죠. 이 시대에 대한 사고가 일천하기에 감히 나온 발상이며 역사를 몰라서 그렇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나왔다고 봅니다.”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그 행사에 축하 동영상을 보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공식적인 축사를 탓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이명박씨를 탓하는 것은 바로 이런 거죠. 적어도 하느님을 믿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한다’고 하는 것은 민족 배신행위입니다. 행사의 취지를 알아보거나 내용을 걸러보지도 않고 축사를 보냈다는 것이 문제지요.”

 

- 이명박 후보가 부산에서 열린 기독교 단체의 기도회에 축하 동영상을 보낸 것은 행사의 취지를 모르고 했을 수도 있지 않나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성인이고 인격자입니다. 기자가 일의 성격을 잘 모르고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 나오는 말은 ‘잘못했다’며 사과하는 거 아닌가요. 내가 몰라서 그랬다면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게 동양의 미덕입니다. 더 이상 할 말이 뭐 있나요.”

 

- 불교계에서 이명박 후보한테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는지요?
“구차하게 하지 않았지요. 명실공히 서울시장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 다음으로 힘 있는 자리 아니었나요. 지금은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불가의 근본은 참회입니다. 종교인 이전에 최소한 성인이라면,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도리지요.”

 

- 오는 11월 6일 법회가 연말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은 아닌지요?
“오비이락입니다. 매스컴이 그런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어서 그렇지요. 팔관회 법회는 해마다 해 왔지요.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달라는 것입니다. 없는 법회를 만들었다면 모르겠는데, 있는 법회에 더 내실을 다지자는 것이지요.”

 

- 정치 지도자들의 종교관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지요?
“정치 지도자는 소위 중용을 지켜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처님을 믿든 하느님을 믿든 상관없습니다. 정치는 국민들에게 바로 반영되는 것이지요. 정치행위가 지나치면 나라에 피해가 됩니다. 그래서 국가적 차원에서도 정교 분리 아닙니까. 종교는 개인이 믿는 것으로 족해야 합니다. 지나친 힘을 밀어붙여서 국민에게 영향을 주면 안 됩니다. 이슬람이 그렇고 아프가니스탄이 그렇지 않나요. 위해를 가해 놓고 참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요.”

 

- 연말 대선에서 불교계가 후보에 대한 지지나 낙선운동을 하는지요?
“스님들은 최고의 수행자입니다. 생사를 논하는 최고의 수행자이지요. 나라의 대통령이 누가 돼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라는 이름으로 낙선시키거나 어떤 힘을 과시하는 것을 해서는 안 됩니다.”

 

- 이번 ‘신정아 사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모든 사람이 지나치게 관심을 가졌다고 봅니다. 신정아는 기독교인이고 ‘위장 불자’로서 동국대에 ‘위장 박사’를 갖고 행세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그런 사람이 한 사람 밖에 없겠어요. 신정아 같은 ‘가짜 박사’가 얼마나 많겠어요. 그런데 단지 그가 동국대에 적을 두었다는 이유로 몇 달째 이러고 있지 않나요. 언론도 몇 달째 신정아만 보도하고 있구요. 일본 언론도 살인사건은 3일 이상은 안 냅니다. 새로운 것을 보도하는 게 언론이지요.”

 

"기자는 국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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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이 차를 따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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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정치지도자들이 범어사에 많이 다녀 간 것으로 아는데 왜 그렇다고 보는지요?
“범어사는 조계종의 근대사를 이끄는 종가집입니다. 또 가장 많은 원로 스님을 모시고 있구요. 부산의 400만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세상살이가 머리 숫자라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오면 우선은 의지할 수 있고, 대화해도 문제될 수 없고, 편안함 줄 수 있기에 정치인들도 오는 것 같습니다.”

 

-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동양은 정신문화입니다. 언론은 국민들이 부모한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사회에 이바지 하도록 하는 글들을 많이 실어야 합니다. 그래야 2세들이 잘 살 수 있을 겁니다. 되도록 잘못된 내용은 짧게 해야 합니다. 계속 걸고넘어지는 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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