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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불공

보리심 0 7,030 2006.08.22 00:00
(성철스님 인터뷰중에서)


■ 아직도 한국 불교도 중 대다수는 기복(祈福)적인 신앙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참된 불공이 무엇인지, 공양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이런 기회에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새 어떻게 보면 한국 불교가 무속(巫俗)인지 종교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기복, 즉 복을 비는 일은 순 이기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기만을
위해 절에 다니고 불공을 한다면, 그것은 불공과는 역행(逆行)이 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남을 돕는 일이 불공이라고 했습니다. 남을 돕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물질적인 도움이 있고, 정신적인 도움이 있고, 육체적인
도움도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위로해 주는 것도 불공이고,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는 것도 불공이며,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일도
불공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에 떠내려가는 벌레를 구해 주는 것도 불공이 됩니다. 불공이란
인간끼리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일체 중생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것은 모두
불공입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지만 자꾸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됩니다. 나를
해롭게 하고 원한이 맺힌 원수를 돕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나를 해롭게 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가장 존경하고 돕는 것이
참된 불공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불교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있지만,
불교에서는 설사 내 부모나 자식을 죽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모와 같이 섬기
라고 했습니다. 보통 사람을 돕거나 존경하기는 쉽지만 원수를 그렇게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비입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불공이고,
또한 불교의 근본사상입니다."

■ 스님들이나 신도를 가릴 것 없이 요즘의 한국 불교도들은 불조(佛祖)의 법문인
경전이나 어록을 별로 읽지 않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 점이 참 문제입니다.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의
말씀인 법문을 믿는다는 것인데, 부처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그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지 않는다면 불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종교든지 그 교조의 성전을 생명으로 삼고, 그것을 잘 배우고 연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신도의 도리입니다. 기복불교의 폐단도 바로 이런 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우리가 불교를 믿는다고 한다면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생활
습관을 버리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생각하고 또한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 어떤 사람들은 불립문자 직지인심 견성성불(不立文字 直指人心 見性成佛:
문자에 의존함이 없이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 성품을 보고 부처를 이룬다)을
잘못 이해하고, 경전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불립문자(不立文字)란 최상급에서 하는 소리입니다. 문자도 필요 없다, 부처님
법문도 필요 없다, 조사의 법문도 필요 없다는 소리로 알아서는 큰일입니다.
약이 필요 없다는 것은 병이 없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소리이지 병자에게는 약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본래의 건강을 회복하기까지는 약을 곁에 두고
먹어야 합니다.

부처님이나 조사의 말씀을 의지하지 않는다면, 그럼 무엇을 의지하겠다는 것인가.
제멋대로 생각하고 산다면 그건 외도요 악인이 되기 쉽습니다. 부처님이나 조사의     
말씀이 필요 없을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반드시 그 가르침에 의지해야 바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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