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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게 해준 템플스테이

삼운사 0 6,125 2006.07.24 00:00
> 나를 찾게 해준 템플스테이 <

- 청년회 선상순 법우

템플스테이? 3살 때부터 엄마 손을 잡고 와서 어린이회부터 청년회까지 꾸준히 절에 다녔지만 우리 천태종에서 템플스테이를 주최한다는 것을 들었을 때, 처음 펼쳐질 경험들을 생각하니 막연한 호기심에 설레기도 했고 한편으론 거기에 참여할 생각을 하니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그동안 생각해 온 템플 스테이는 단순히 스님들이 수행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운사에 가서 일정표를 본 후에야 템플스테이는 내가 그동안 생각해온 그렇게 단순한 행사가 아니며,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우리는 먼저 원해 스님을 모시고 템플 스테이의 입제식을 거행하였는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강의와 여러 가지 뜻깊은 행사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나는 2층 강당에서 열린 장석효 고문의 불교에 대한 강의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연필, 성냥개비, 페인트, 못, 비누와 같은 재료들의 주성분이 되는 탄소, 수소와 같은 원소들이 모여 바로 ‘나’라는 존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갸우뚱 했지만, 탄소나 수소와 같은 평범한 원소들이 물질계를 순환하며 돌고 돌다가 잠시잠깐 인연따라 머물러 이 몸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참다운 나'로서, 윤회를 하는 것은 우리가 이토록 애지중지하는 몸이 아니라, '마음' 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우리의 어리석은 중생들이 깨달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이 '마음'이 바로 참다운 '나'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되면, 더욱 더 마음을 닦는 신행생활에 정진할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절실히 들었다. 중간에 잠시 혼자 나와 삼운사 지붕위에 와르르 쏟아지는 별빛에 부처님의 진리에 대한 허기를 채우며, 가난한 영혼과 마음을 달래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기다렸다.

그 다음날 새벽 5시 30분. 다같이 정성스레 아침예불을 마친 후, 마음을 다해 108배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쓰지 않아 나태하게 죽어가던 내 몸의 이곳저곳 작은 세포들 하나까지 조금씩 괴로움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그것은 다시 내 마음 속에 앞으로 다가올 많은 장애물에 대한 자신감으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번 템플스테이로 장석효 고문의 강의를 통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정체감을 확고히 정립할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부처님 곁에 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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