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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단 수련법회에 다녀왔습니다

삼운사 0 6,588 2006.07.22 00:00
> 합창단 수련법회에 다녀왔습니다 <
 
                                  - 삼운사합창단 알토팀장 김 해 숙


  합창단 수련법회를 다녀왔습니다.
  7월 14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구인사에서 수련법회가 있었습니다. 금년엔 전년도와는 다르게 정기훈 지휘자선생님과 박승경 반주자선생님이 단원들과 동참을 해 더 의미가 깊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하시는 모습을 담은 후불목각탱화가 있는 5층법당 설법보전에서 입제식이 있었습니다. 법회를 장엄하게 하고 사찰에서 중심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요要할 것이라는 말씀을 들으며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은 본디 허공처럼 맑고 고요한 것’이라며 단기출가의 마음으로 수행에 정진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이어진 오리엔테이션과 금강 승가대학 고우익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특히 고우익 교수님의 법화경의 관음신행, 능엄경의 관음수행, 관세음보살에 대하여, 발원과 게송염불에 대하여 들으며 그동안 알고 있던 관음수행과 접목시켜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저녁공양 후 이어진 특강에서는 ‘탐욕과 보시’에 대한 법문을 들었습니다. 합창단의 음성공양이 그 법회를 장엄함과 감동으로 불자님들의 감정을 뭉클하게 한다면 그것이 곧 큰 보시가 아닐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나와 같이 다른 단원들도 앞으로 더 정성들여 찬불가를 불러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했음에 틀림없습니다.

  다음 날 종정큰스님 친견이 있었습니다. 종정큰스님께 삼배를 올리고 큰스님께서 증명하신 주문 같은 법문을 듣고 나면 늘 아쉬움이 있습니다. 비가 오는 관계로 기대했던 울력, 농장체험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전년도에는 호미질을 할 때마다 보석처럼 빛나던 감자가 얼마나 탐스럽던지... 예지원 원장님의 가정에서의 전통예절교육을 받으며 내 삶과 반추하여 시정할 것을 가려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파트별 찬불가 배우기에서는 전년도 예술제 때 장소를 이동하며 힘들게 함께 연습한 공연이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그 화려했던 장면들이 영상처럼 스치기도 했습니다. 저녁엔 야외에서 치러졌어야할 화합의 무대가 우중인관계로 관성당 4층 기도실에서 있었습니다. 700여명의 합창단원과 지휘자선생님들의 특별공연에 우리 절 삼운사 지휘자선생님의 해금奚琴 특별연주가 있었습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감미로운 선율은 참석했던 모든 단원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지역대표로 나선 합창단 신예숙 총무의 트롯노래와 무대까지 나가서 흥을 돋궈준 지휘자선생님과 부단장님, 자리에서 일어선 단원들이 큰소리로 응원을 하는 모습을 보며 소속감에 마음 또한 뜨거워졌습니다.

  흥겨웠던 화합의 무대를 마치고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관음정진에 들어갔습니다. 관세음보살을 일념으로 부르면서 백만독, 백만독 두 번을 해야 백만독이 될까 말까한다는 큰스님 증명하신 말씀을 상기시키면서 오직 일념으로 관세음보살을 정진하며 삼매三昧에 들기도 했습니다.

  다음날도 비는 줄기차게, 같은 속도로 같은 양으로 내렸습니다. 산사에 내리는 비를 보며 시심詩心에 젖다가 내심 집에 있는 식구들 걱정이 됐습니다.

  회향식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언덕은 마치 폭포를 연상시켰습니다. 그래도 집으로 간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내려가던 우리는 춘천에서 우리를 데리러 오던 버스가 영춘강이 범람하는 바람에 도로가 물에 잠겨 되돌아갔다는 연락을 받고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했습니다. 숙소로 되돌아와 젖은 몸처럼 마음도 젖어드는데 교육부에서 ‘뜨끈뜨끈하게 방을 데워 줄테니 한잠 푹 자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마치 친정아버님이 하시는 말씀처럼 느껴져 그냥 아무생각 없이 푸욱 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단원들은 마음을 다잡아 다시 기도정진을 위해 일일 기도증을 끊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빗줄기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청년회법회에 참석하고 있던 삼운사 청년회 안태경님이 우리를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다소 지친 듯 휴게소에서 기다리던 우리는 빗속을 뚫고 달려오는 노오란색의 삼운사 버스가 나타나자 감격과 반가움에 기사님께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늦었지만 단원들을 대신해서 안태경님과 박 기사님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3박4일의 구인사를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한번 내려놓으면 천년 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법문, 마음과는 다르게 구업口業을 짓게 되는 경우, 다 같은 천태식구이면서도 핑크색조끼를 보면 환하게 밝아지던 얼굴들, 유실된 도로의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준 안태경님, 빗속에 몇 번씩 구인사를 왕복하며 근처까지 와서도 우리를 만나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가야만 했던 박 기사님의 근심스러웠을 모습, 절일은 힘들어도 몸살 같은 거 안 난단다 하시던 어머님말씀...

  알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전과 같지 않음을 위해 정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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