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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내덕을 보게 하리라"

보리심 0 6,865 2006.07.18 00:00
“불교가 내덕을 보게 하리라”
 
                                         
                                          심산스님/ 부산 홍법사 주지




10년 세월을 열정으로 임했던 도심에서의 포교활동을 접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며 대만 불광산사를 찾았다. 역시 듣던 대로 대단한 규모와 활동, 그리고 친절한 미소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왕성한 활동의 힘일까! 먼저 철저한 신심과 친절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장엄한 예불의식과 기도는 부처님을 향한 확고한 신념으로 비쳐지고 따뜻한 미소는 모두가 한 가족임을 느끼게 하는 가장 작고도 아름다운 몸짓 이었다. 그 힘이 바로 불광산사의 원동력이었다.

그런 중에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오늘날의 젊은 승가는 불교가 내 덕을 보게 하리라 하는 신심이 있어야지, 내가 불교 덕을 보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중국본토의 진공스님이 대만에 간 성운대사에게 보낸 편지에 나오는 글이다.

출가는 불교에 의지해서 한 생을 살아가려는 소극적인 맘이 아니라 나를 통해 부처님의 법이 세상에 제대로 펼쳐지기를 바라는 적극적인 행동이라는 말이다. 생각할수록 의미 있는 말이었다. 일단 출가하면 모든 의식주가 다 해결되고 신분도 급상승해서 신도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만으로 방심하면 그것은 곧 내가 불교 덕을 본다는 뜻이고, 내가 불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실천할 때 부처님께 빚지지 않는 신심 있는 출가라는 것이다. 물론 수행만 잘하면 될 일이지만 그것도 내 수행을 위해 부처님 덕을 본 것이니까 수행의 덕을 다시 중생들에게 회향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불교 덕을 보는 삶을 산다는 무서운 말이었다.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스님뿐만 아니라 불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남편이 내덕을 보게 하리라는 생각을 가져야지 내가 남편 덕을 보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자식이 내덕을 보게 해야지 내가 자식 덕을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소속된 단체가 내 덕을 보게 해야지 내가 그 단체의 덕을 보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내가 다니는 절이 내 덕을 보게 할 신심이 있어야지 내가 절덕을 보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세상을 위해 필요한 내가 되어야지 나를 위해 세상이 필요하기를 바라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불교신문 2162호/ 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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