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샘 - '나는 그대의 대접을..'
장석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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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5 00:00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핑기카라는 젊은이가 찾아와 차마 입에 담기 거북한 욕지거리로 부처님을 모욕했다. 그래도 부처님은 핑기카가 퍼붓는 욕설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어느만큼 욕을 하던 그도 부처님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내 조용해졌다. 이때를 기다렸다가 부처님은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젊은이여, 그대의 집에도 가끔 손님이 찾아오는가?"
"물론 그렇소."
"그러면 그대는 그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가?"
"물로 그렇소."
■ "만약 손님이 그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는가?"
"그야 물론 내 차지가 되겠지요. 그런데 그런 것은 왜 묻는거요?"
"젊은이여, 오늘 그대는 나에게 욕설로 차려진 진수성찬을 대접하려 했소. 그러나 나는 그것을 받고 싶지 않소. 그러니 그 모욕적 언사들은 모두 그대의 차지가 될것 같소. 젊은이여, 만약 내가 그대의 욕설을 듣고 화를 내면서 똑같이 욕을 했다면 손님과 주인이 권커니 자커니 하는 꼴이 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소." 핑기카는 조용히 웃고 있는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함경)
화가 날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
우리 불가(佛家)에서는 불도를 이루어 나아가는 길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감정으로 이 분노를 꼽습니다.
경전에 이르기를 '천년만년 닦은 공덕도 진심(瞋心:성냄) 한번으로 없어지고 백만가지 장애가 일어난다'라 하였고, 이 진심을 포함한 삼독심(三毒心:탐욕,성냄,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하면 결코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쇠로부터 생겨난 녹이 결국 쇠를 부식시켜 망가뜨리듯, 이 삼독심은 우리 마음에서 생겨나지만 떨쳐내지 못하면 결국 우리 마음은 삼독심때문에 썩어 문들어지고야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이 아무리 부처의 성품과 같은 '불성'을 지닌 존재라 하더라도 삼독심 속에서는 불성의 씨앗이 자라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법회를 봉행할 때 법문을 청하며 부르는 청법가에 '옛 인연을 잊도록, 새 인연을 맺도록..' 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삼독심으로 야기된 인연들을 여의고, 맑고 밝은 마음으로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지혜의 법문을 청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누가 나를 화나게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도 같이 화를 내는 게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아니 더 강하게 화를 냅니다. 그러나 그렇게 맞대응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그렇게 앙갚음을 한다고 내 마음이 편해질까요? 아닙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상대를 나쁘다고 대들다보면 나도 똑 같은 사람이 되고 말 뿐입니다.
■ 결국 두 사람 모두 마음의 상처를 받고 괴로워할 뿐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탐욕에 물든 마음에 정복되어서, 성냄에 의한 마음에 정복되어서, 무지에 의한 어리석음에 정복되어서, 사람들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며 다른 이들을 파멸로 이끌며 둘 다 정신적인 고통과 슬픔을 겪는다.' '분노에 뿌리를 두고 행동한다면 오직 분노만을 되돌려받게 될 뿐이다. 미움으로 미움을 끝낼 수는 없다. 미움은 오직 연민과 자비로써만 치유될 수 있다"
늘 진리의 가르침에 머물러 내 마음을 넓고 유연하게 다듬어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수행이며 그러다보면 문득, 웬만해선 휘둘리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대견해 하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치미는 화를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아예 화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 첫술에 배부르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반드시 평온을 찾게 될 것입니다.
아함경에서 전하는 부처님의 이 일화는, 화가 날 만한 상황을 잘 대처하는 하는 지혜를 보여주십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할 수 있습니다. 누가 나에게 화를 돋우면 같이 화를 낼 게 아니라, '나는 그대의 대접을 받지않겠네~' 하며 여유있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상황을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나를 지키는 길이며, 상대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참는 것은 분노를 이기고, 선한 것은 악한 것을 이기네.
은혜를 베풀면 간탐을 항복받고, 진실된 말은 거짓된 말을 이기네.'
'꾸짖지 않고 사납게 하지 않아도, 언제나 성현의 마음에 머무르면,
나쁜 사람이 화를 돋구더라도, 태산처럼 동요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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