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련경 (발췌)
장석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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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6 00:00
옛날 왕사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아들 하나를 길렀으니 이름을 나복이라고 했다. 그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례를 모시고 산소를 써 3년 동안의 복을 벗고나서 어머니께 여쭈었다.
“아버님이 계실때는 돈과 재물이 한없이 많았으나 지금은 창고가 비게 되었읍니다. 제가 바라옵기는 돈을 가지고 외국으로 나아가 장사를 하고자 합니다.”그리고 종 익리로 하여금 돈을 가져오게 하여 계산해 보니 3천관이었다. 이를 셋으로 나누어서 하나는 어머니께 드려서 집안을 보전케 하고 또 하나도 역시 어머니께 드려 삼보를 공양하며 매일 백승재(百僧齋)를 베풀게 했으며, 아들도 하나를 가지고 금지국에 가서 장사를 경영했다.
■ 어머니는 스님을 공양하기는커녕 문전박대하고
어머니는 아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종들을 불러 놓고 말하였다.
“너희들은 다 이리 오너라. 우리 집은 큰 부자다. 만약 스님들이 우리 집 문 앞에 와서 교화하려 하면 나를 위하여 뭉둥이로 쳐주어서 목숨이 남아나지 않도록 하라.”그리고는 아들이 재를 올리라고 한 돈으로 돼지,양,거위,오리,닭,개를 널리 사들여서 배불리 먹여 살찌워서 양을 기둥에 달아놓고 피를 내어 동이에 받으며, 돼지를 묶어놓고 몽둥이로 때리니 슬픈 울음소리가 그치지를 않고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 귀신에 제사하는 것으로 모든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나복은 본전 1천관을 가지고 외국에 간지 3년만에 본국으로 돌아왔다.
■ 아들은 동네사람들로부터 어머니의 악행을 전해듣고 놀라 쓰러져
어머니는 아들이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성밖으로 그를 맞으러 나왔다. 그는 아들이 땅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함을 보고 손을 잡고 아들에게 말하기를, “너는 나의 맹세하는 말을 들어라. 강물이 저렇게 넓고 커도 그 위에는 출렁이는 물결이 있는 것과 같이, 사람을 성공케 하는 사람은 적고 사람을 망하게 하는 자는 많으니라. 네가 떠난 뒤에 내가 너를 위하여 5백승재를 지내지 않았다면, 이제 내가 집에 돌아가는 대로 문득 중병을 얻어 이레를 넘기지 못하고 죽어 아비대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나복이 어머니의 맹세가 너무나 중대함을 듣고는 그만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곧 어머니는 갑자기 중병에 걸려 이레를 넘기지 못하고 그만 죽어 버렸다. 나복은 어머니 산소에서 풀을 매어 암자를 짓고 어머니의 무덤을 지키며 3년 동안 복을 마치고는 무덤을 하직하고 떠났다.
■ 나복은 출가하여 세존으로부터 수기를 받아
그 길로 기사굴산에 이르러 세존을 뵈옵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어, 부모가 이미 다 돌아가시고 복 입기를 마쳤음에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고자 원하온데 무슨 공덕이 있어야 하겠습니까.”
세존게서 말씀하시기를,
“나복아, 잘 왔다. 남염부제 중에서 만약 한 사람의 남자나 여자 또는 한 남자 종이나 여자 종이라도 부처님을 따라 출가케 하는 것은 8만 4천의 부도나 보탑을 조성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며, 이로써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부모는 백 년 동안 복락을 누리게 되고 7대를 거슬러 올라가 조상까지도 마땅히 정토에 태어날 것인데, 하물며 너는 너 스스로 보리심을 낸 것이 아니냐.”
세존은 곧 아난에게 명하여 나복의 머리와 수염을 깎게 하고 이마를 만져 수기하시며 이름을 목건련이라 고쳐 주시었다.
■ 목련은 지옥으로 떨어진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데
목련이 33천을 관하다가 화락천궁에 이르러 보니 그 아버지는 하늘의 복을 누리고 있으나 그 어머니는 볼 수 없었다. 목련은 돌아와서 세존께 사뢰었다. “어머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날마다 5백승재를 올렸다고 하셨습니다. 죽어서는 마땅히 화락천궁에 태어날 것이온데 천궁에는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니 지금 어디 계십니까.”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이르시되,
“너의 어머니가 세상에 있을 때 삼보를 믿지 않고 간탐하고 적악했기 때문에 죄를 지은 것이 마치 수미산과 같아서 죽어서 지옥에 들어갔느니라.”
목련은 이 말을 듣고 몸을 던져 땅에 부딪쳐 슬프게 목놓아 울다가 땅에서 일어나 여러 지옥으로 어머니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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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어머니를 찾아다니다 보니 한 커다란 지옥이 있다. 담의 높이는 만 길이나 되고 검은 벽은 만 겹이나 된다. 철망으로 얽어서 그 위를 덮었고, 그 위에는 또 네 마리 큰 동구가 있는데, 입으로 항상 뜨거운 불길을 토하여 그것이 무럭무럭 하늘로 타오른다. 소리를 질러 천 마디나 불러보아도 아무도 대답이 없다. 목련은 다시 돌아와 옥주에게 묻는다.
“앞에 큰 지옥이 있기는 하나 담의 높이가 만 길이요, 검은 벽이 만 겹으로 철망을 얽어 덮어 씌웠습니다. 그리고 천 번이나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나와 대답하는 이가 없습니다.”
옥주가 대답한다. “스님의 법력이 부족한 탓이요. 이 문이 열리게 하려면 부처님께 물어볼 밖에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지옥문을 열어젖혀
목련이 이 말을 듣자 발우를 던지고 하늘로 솟아 부처님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나서 부처님께 아뢴다.
“세존이시어! 목련이 큰 지옥을 가서 보니 담의 높이가 만 길이나 되고 검은 벽이 만 겹이나 되는데 아무리 여러 번 큰 소리를 질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처님이 목련에게 말한다. “너는 나의 열 두 고리가 달린 석장을 짚고, 내 가사를 입고, 내 발우를 가지고 그 지옥 문 앞에 이르러 석장을 세 번 흔들면 옥문이 저절로 열리고, 자물쇠가 저절로 떨어지며, 옥중에 있는 모든 죄인들이 내가 짚던 석장 소리를 듣고 모두 잠시의 휴식을 얻을 것이다.”
목련이 가사를 받아 입고 손에 석장을 쥐고, 지옥 문 앞에 이르러 석장을 흔들어 세 번 소리를 냈다. 그랬더니 옥문이 저절로 열리고 자물쇠도 저절로 떨어진다.
■ 겁에 질린 어머니는 대답도 못하고
이에 옥주는 지옥으로 들어가 외친다. “왕사성에 살던 청제부인 성씨 유제사야! 문 앞에 스님이 된, 법명이 대목건련이란 아들이 왔는데, 이는 부처님 제자로서 불가사의의 신통이 있으니, 만일 이 사람이 네 아들이라면 오래지 않아서 지옥을 떠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옥주는 또 죄인에게 묻는다.
“왕사성 안의 청제 부인아! 너는 어찌하여 대답을 하지 않느냐.”
그제서야 죄인이 대답한다. “옥주께서 다시 더 고생되는 곳으로 옮길까 두려워서 감히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
■ 지옥은 변하여 연화좌가 되고 부용지가 되고
“세존이시어! 저의 어머니가 지금 지옥에서 죄를 받느라고 견디지 못할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여야 어머니를 구출해서 이 지옥을 벗어나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세존이 대답한다. “목련아! 내가 네 어머니를 구해 주리라.”
목련이 묻되, “세존이시어! 구해 낼 수 있겠습니까.”
이에 세존이 대답한다. “내가 만일 네 어머니를 구해 내지 못하면 내가 오랜 겁 동안 지옥 속으로 달려가서 네 어머니를 대신하여 죄를 받으리라.”
이 때 세존이 도중의 모든 비구 비구니와 우바새 우바이등 무수한 억만 명을 거느리고 앞뒤로 둘러싸게 하고 허공에 몸을 흩으니 그 높이가 일곱 다라수 만하다. 이에 석가모니는 미간에서 다섯 가지 색깔의 광명을 내어 그 빛으로 지옥을 깨뜨렸다. 철상지옥은 변해서 연화좌가 되고 검수지옥은 변해서 백옥으로 만든 사다리가 되고, 화탕지옥은 변해서 부용지가 되었다.
■ 지옥에서 벗어난 어머니는 왕사성의 개로 태어나
목련은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으로 가서 그 개를 찾았다. 그 개는 목련을 보자 달려나와 목련의 허리를 껴안고 애태우면서 말한다.
“내가 네 어머니이고, 너는 내 아들이다.”
목련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묻는다. “어머니께서 이제 개의 몸이 되어 고생을 하시는데, 전에 지옥에서 받으시던 고통에 비하면 어떻습니까.”
그 개가 목련에게 말한다. “내가 앞으로 영영 개의 몸이 되어 사람의 더러운 것을 먹을지언정 나는 지옥이란 소리도 들릴까 두렵다.”
목련이 또 세존에게 묻는다. “어머니가 개 몸이 되어 고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개의 몸에서 벗어나겠습니까.”
세존이 대답한다. “목련아! 다만 7월 보름날에 우란분재를 베풀면 어머니가 개의 몸을 떠날 수가 있을 것이다.”
목련이 또 세존에게 묻는다. “무슨 까닭에 13일, 14일은 택하지 않고 꼭 7월 15일을 택하십니까.”
“목련아! 7월 15일은 스님들이 해제 하는 날이다. 기뻐하면서 한곳에 모여서 너의 어머니를 건져내어 정토에 나게 할 것이다.”
목련은 즉시 부처님의 교칙에 의하여 시장에 나가 버들잎 잣나무가지를 사다가 우란분재를 베풀어서 어머니를 개의 몸에서 떠나게 하고, 부처님 앞에 어머니가 나가서 5계를 받게 했다. 그리고 빌었다.
“원컨대 어머니는 삿된 마음을 버리고, 바른 길로 돌아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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