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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법문] 2월 정기법회

장석효 0 8,808 2006.02.24 00:00
신도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동안 정초에 중요한 행사가 여러번 있었는데 제가 종단의 일로 출장을 길게 다녀오느라고 함께 하지 못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오히려 제가 있었을 때보다도 더 많이 참여해 주시고 행사가 잘 치뤄졌다는 말을 듣고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삼운사 주지로 온지가 어느덧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여러분이 이렇게 잘 화합하시고 행사 하나하나를 모두 여법하게 잘 치루는 것을 볼 때 그간 10년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을 가져봅니다. 일전에 정초참배를 다녀올 때에도 버스 40대 이상이 움직일 정도로 여러분의 단합된 모습을 잘 보여주셨고, 그래서 구인사에 계신 스님들은 물론, 춘천보다 훨씬 더 큰 도시의 신도님들도 한결같이 춘천 삼운사의 분위기를 칭찬하고 부러워들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사부대중이 화합하였을 때, 도(道)의 전부를 이룬 것이나 다름 없다'라고 하셨음을 잊지 마시고 앞으로도 항상, 나를 생각하기 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더불어 상대를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좋은 분위기의 삼운사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동안 총무원장스님을 모시고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의 실무협의차 천태지자대사께서 계시던 절강성 국청사에 가보았는데, 국청사에는 한중조사기념당을 세우고 지자대사를 중심으로 그 좌우에 우리 대각국사와 상월조사님의 존상을 모셔 놓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문화혁명이후 중국 불교가 말살 침체되었을 때 죽어지내고 있던, 1400년이나 된 매화나무가 되살아나 꽃을 만개하고 매실이 열리며 신도수가 부쩍부쩍 늘어나고 있는 등, 중국불교가 다시금 놀랄만한 발전을 보이며 용트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사님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세계는 불국토가 될 것이며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서양에서 이미 기독교가 하향곡선을 그려가고 있는 이 때에 중국에서 불교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며, 중국에서 불교가 일어나면 전 세계에 없는 곳 없이 퍼져있는 화교의 결집력에 의하여, 온 세계에 불교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국사람들은 자긍심이 대단한 민족입니다. 아무리 오래 나가 있어도 자기들 언어를 결코 잊지 않으며 자기들 문화를 지켜가고자 애쓰는 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본토에서 다시금 그들의 종교인 불교가 살아나고 있자,  많은 시주와 아낌없는 지원으로 성원하고 있는데 그 규모와 열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꽝저우에 있는 광주사 주지스님의 취임행사에 가 보았는데 그 엄청난 행사 규모도 놀라웠거니와 그 곳 신도들의 신심은 더욱더 놀라웠습니다. 그러한 돈독한 신심이 있는 중국불교이기에 10억의 불교인구가 바뀌어지면 세계도 바뀌어질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매우 열심히 공부하는 중국 스님들과 그 스님들을 진심으로 따르는 중국 신도들을 보면서 아주아주 행복해 보였고, 우리는 더 긴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모습을 돌아볼 때 반성해야 할 부끄러운 일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토록 강한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진 중국 대륙 한 가운데에, 그것도 중국 불교의 뿌리와도 같은 국청사에 우리 조사님의 존상을 모시고 한국불교를 그네들에게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며 우리 모두는 이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신도여러분, 탐(貪)진(瞋)치(痴) 삼독심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맛난 음식 비싼 음식을 좋다 하지만, 먹는 음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순간에 만나는 상대가 더 중요한 것이며, 비싼 음식을 입에 넣으려 애쓸 게 아니라 입에서 비싼 소리가 나오도록 애써야 합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상대방을 칭찬하고 상대방을 연민하는 소리여야 합니다. 행복은 절대로 탐내는데 있지 아니하고 오직 베풀어 나누는데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부부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를 위해주고 걱정해주는 그 마음씨가 바로 보살이며 그 마음으로 살면 곧 행복입니다. 갈등 속에서 100년을 사느니 서로를 아껴주며 사는 사흘이 더 아름다우며, 비단금침에 싸움을 하며 백년을 구르는 것보다는 거친 이불이라도 함께 덮으며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산다면 삼일의 행복이 더 값진 것입니다. 멀리에서 구하지 마십시오. 그런 좋은 마음은, 비우고 비워 더 나은 곳으로 이끌다보면 분명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 속에 행복이 머물고 있음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화내는 마음을 가지고선 결코 업장을 소멸할 수 없습니다. 지금 처해진 곳에서 잘 받아들여 지혜롭게 업(業)을 풀어 가도록 해야합니다. 현실을 부정해서는 결코 업장을 소멸할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탐욕과 분노와 함께 어리석음도 버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24시간 열려있는 이 부처님의 공간에 오셔서 열심히 참회하고 기도하십시오. 관음정진을 하시건 절을 하시건 망설이지 마시고 실천하십시오. 업장을 소멸 할 수 있는 길은 그 것뿐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도 가는 것이요 걸어 가는 것도 가는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움직여 행하는 실천입니다. 모쪼록 열심히 정진하셔서 탐진치 삼독심을 여의고 업장을 소멸하여 구경에는 성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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