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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운사벽화 이야기(3) -- 서산대사와 사명당

장석효 0 8,080 2005.07.23 00:00
(사명당과 서산대사가 도력을 겨루고있는 장면입니다.)

묘향산의 스님인 서산대사가 금강산을 구경하려고 내금강 표훈사의 백화암에 머물고 있었다.
그 때 외금강의 유점사에 있던 사명당은 서산대사의 도가 높다는 소리를 익히 들은지라
그를 시험해보기 위해 표훈사로 향하였다. 사명당이 절 어귀에 이르렀을 때
웬 동승이 "사명스님이시죠? 서산대사께서 모셔오라고하여 왔습니다" 고 하면서 맞이하였다.
사명당은 "네가 어찌하여 나를 알아보는가?" 라고 동승에게 물으니 그가 전말을 아뢰었다.
"서산대사께서는 스님께서 오실 것을 미리 아시고 저에게 이르기를, 한 스님이 오실 때
계곡의 물이 거꾸로 억류하여 흐르는 것처럼 보이면 그 분이 사명당이니
정중히 모셔오라고 하시었므로 제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명당은 속으로 "과연 서산대사는 보통 스님이 아니구나!" 하고 동승과 함께 절에 이르렀다.

그 때 서산대사는 법당에서 염불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길이어서
한 발은 법당에 또 한발은 문 밖에 있는 신을 막 신으려 하던 참이었다.
사명당은 그가 서산대사임을 곧바로 알아차리고 초반에 그를 제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절 지붕위로 나는 새를 도술을 부려서 손에 잡고서,
"대사님, 제가 이 새를 죽이겠습니까 살리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대사는, 죽인다고 하면 살릴것이고 살린다고 하면 죽일것이라는
사명당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곧바로 응수하여 물었다.
"스님, 내가 지금 밖으로 나가겠습니까, 안으로 다시 들어가겠습니까?" 사명당은 대답을 못하였다.
나간다고 하면 다시 법당 안으로 들어갈 것이요, 들어간다고 하면 밖으로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상견례를 대신한 두 스님은 승방에 들어가 마주 앉았다.
그 때 서산대사가 옆에 있는 어항의 물고기를 가리키면서,
"스님께서 먼길을 오시느라고 시장하실 터이니 우선 이 고기로 요기를 대신하시지요." 하면서
먼저 고기를 꺼내어 먹었다. 사명당은 "불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써 어찌 살생을 할 수 있겠습니까?
대사께서 살생을 하시니 아직 도에 이르지 못하신 것 같군요." 라며 비꼬았다.
그러자 대사가 "날것을 먹는다고 하여 다 살생은 아니지요.
먹어서 요기한 뒤에 다시 토하여 놓으면 될 것이요." 하였다.
그러므로 사명당이 마지못하여 고기를 삼키었다.
이윽고 대사가 "이제 요기가 된 것 같으니 토해놓지요." 하며 토하니
물고기가 살아서 그대로 헤엄치며 놀았다. 사명당도 토하니 그의 것은 다 죽은 채로 나왔다.

두번째 내기에도 실패한 사명당은 설욕하려고 '계란쌓기' 내기를 제안하였다.
사명당은 계란을 똑바로 세워서 방바닥에다 외줄로 쭈욱 쌓아 놓았다. 그리고 보란듯이 대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대사는 계란을 들어 방바닥이 아닌 허공에다 쭈욱 쌓아나가는 것이었다.
이를 본 사명당은 더이상 말을 못하였다.

그 때 점심 밥상이 들어왔다.
대사가 상을 받아놓고, "점심에는 국수를 마련했으니 사양하지말고 많이 드시지요." 하기에
사명당이 그릇을 보니 국수가락이 아니라 수천개의 바늘이 물에 들어 있었다.
대사는 그 바늘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사명당은 도저히 입도 댈 수 없었다.
사명당은 대사의 도력을 도저히 따를 수 없음을 알고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에 이르렀다.
"소승이 도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외람되게 도를 시험하였사오니
부디 용서하시옵고 저를 제자로 삼아주시기 바랍니다."

이리하여 두 스님은 사제의 의리를 맺고,
임진왜란때에 힘을 모아 왜적을 물리쳐 큰 공을 세웠다.

(어떻습니까? 재미있지요?
이렇게 삼운사벽화는 때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기도 하고
때로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한바퀴 둘러보세요. 참 좋습니다.)


> 이 '삼운사벽화이야기'는 [KBS코리아넷] 칼럼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
> 칼럼을 보시려면: http://chuncheon.kbs.co.kr/reporter/col8/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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