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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남스님께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글

장석효 0 6,924 2005.07.11 00:00
[청담스님은 외아들의 신분으로서 부친의 만류에도 굴하지않고 25세에 출가하셨습니다.
결국 부친께서는 화병으로 돌아가시다싶이 하셨죠. 청담스님께서 출가해보니 불법(佛法)이 너무나 좋아 부인께도 염불을 적극적으로 권하게 되었고, 이 편지는 그러한 스님의 심정이 아주 잘 나타나있습니다.
스님의 따님도 출가하셨는데 수원 봉녕사의 승가대학 학장을 지내신 묘엄(妙嚴)스님이 그분이십니다]

대도성보살 귀하.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그동안 염불공부 잘하셔서 죽을 때에 귀신한테 끌려서 삼악도로 가지아니하고
극락세계의 아미타부처님회상으로 가실 자신이 섰습니까?
모진병앓고 똥이나 싸버리고 정신없이 잡귀신들에게 끌려가서 무주고혼이 되어서
밤낮으로 울고 천만겁으로 돌아다니면서 물 한그릇도 못 얻어먹는
불쌍한 도깨비 귀신이나 면해야 될것 아닙니까?
다 늙어서 서산에 걸린 해와같이 금방 쑥~ 넘어가게될 형편이 아닙니까?
살림걱정 아이들걱정 이걱정 저걱정 다 해봐야 보살에게는 쓸데없는 헛걱정이요
죄업만 두터워질뿐이니 다 제쳐놓고 염불공부나 부지런히 하시요.

앞날이 급하지않습니까?
나나 보살이나 얼마 안있어 우리들이 다 죽어서
업을 따라서 제각기 뿔뿔이 흩어지고 말것이 아닙니까?
부디 쓸데없는 망상은 다 버리시고 염불만 부지런히 하셔야죠.
곧 떠나게된 인간들이 제 늙은줄도 모르고 망상만 피우고 업만 지으면
만겁의 고생을 어찌 다 감당할 것이요?
극락세계에만 가놓으면 우리가 만날사람은 다 만날수있을 것이 아닙니까.
다 집어치우고 자나깨나 나무아미타불-
급했습니다. 부탁입니다. 절하고빕니다.

- 늙은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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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인 청담스님께서 출가를 하고자하실 때 부친의 충격은 실로 대단하였다고 전합니다.
그런 부친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가를 하신 스님의 심정 또한 오죽했겠습니까..
스님께서는 당시 상황을 육성법문으로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부친이 돌아가실 때 눈물도 않났어. 진정한 죽음이 아니라는 걸 믿었기 때문이지...
내가 중이 되겠다고 했더니 병이 나셔.. 약도 못 넘기시는 거야..
돌아가시기 사흘전에, 백부등 친지들이 모여 다들 말하기를,
'다 니 때문이다. 중 안된다고 한마디만 해라. 니가 불쌍도하고 괘씸도하고 너 때문에 병나셨다.
 하필 중놈중놈 천대받는 직업을... 가문에 없는 짓이다.'

나는 생각하기를, 이 좋은 불교를 모르다니..
대통령 난것보다 좋아해야 할텐데... 오히려 비난을 하다니... 인생을 모르는 분들..
사람이 사람노릇 해보려는 걸 반대하다니... 보기싫다고 죽을지경까지 왔나...
가엾고 불쌍하고 분하고 기가막혀 눈물이 쏟아지려고 해. 한참 참아서 잠자코 있다가...
'글쎄요, 일어나셔서 절에 다니시고 내가 중되는 거 잘한다 하시는 아버지면 일어나시는 걸 좋아하지만
 그렇지 못하시다면 지금 돌아가셔도 아무생각 없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냐?' '저는 진리에 딱 의지한 사람인데 반(反)할수도 거짓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랬더니만,
약도 못드시고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못하시고 얼굴도 검어져 마치 송장같던 분이 홱 돌아누우셔.
난 눈물나는 효심에서 한 소린데, 얼마나 분하셨으면 그래셨을까...
못헤어질거야. 내생에 또 만나겠지...
형제로 만나든 내외로 만나든 부자지간 아니면 동지가 되던지...

그래서 그랬을까?
스님의 열반송은 '육신은 멸해도 법신은 영원하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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