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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기난사와 관세음보살

장석효 0 6,923 2005.06.24 00:00
오늘오후 총기난사사건 수사결과발표 생중계를 지켜보았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한편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한 동료가 있는 곳을 피한다며 반대편 침상쪽으로 수류탄을 던지고선
곧바로 그 동료있는 방향으로 마구잡이 난사를 해댔다 하고..
형광등 켜고 돌아서는 상사에게 여러발 사격을 해 죽여놓구선
나에게 잘해주던 상병인데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했다고 하니..
그런 엄청난 살육을 저지르면서 도대체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충동적이고 반사적으로 광기에 사로잡혀 던지고 쏘아대며 돌아다녔다는 얘긴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삼독(三毒탐진치)이 있습니다.
결국 그는 삼독중에 진심(瞋心성냄)을 이겨내지 못하고 일을 저지른 겁니다.
사실 우리도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면 앞이 안보일 때가 있다고 합니다. 이성을 잃어버린 거죠.
그래서 얼굴이 시뻘개져서 난리를 쳐대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왜 그랬던가..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그러나 그 당시엔 분노라는 감정의 노예가 되어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겁니다.
내 몸뚱이를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광기어린 감정이 시키는대로 통제권을 빼앗긴거죠.
아마도 그 엄청난 참사를 저지른 그도 그랬나봅니다.
자기 맘에 거슬리는 부대원들에게 앙갚음을 하겠다는 그 생각-
그 '한생각' 때문에 그저 충동적으로 일을 벌였나봅니다.

'한생각' - 모든 일은 그 한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결혼해서 애들 낳고 이렇게 번잡하니 살림을 벌여놓았는데 그것도 -
가만히 거슬러 올라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바로 그 '한생각'에서 비롯된겁니다.
한 여인을 좋아한다는 느낌, 결혼하고 싶다는 그 최초의 한생각 말입니다.
아무리 높고 크고 복잡한 빌딩도 알고보면 한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러이러한 빌딩을 세우겠다는 설계자의 처음 그 한생각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생멸하는 무수한 생각들이 아주아주 중요한겁니다.

한순간도 쉼없이 늘상 우리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한생각'들은 마치 씨앗과 같습니다.
어떤 과일이 열릴지는 뻔한 이치 - 어떤 씨앗을 심었는가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죠.
수박씨앗을 심었으면 수박이 열릴 것이요, 참외씨앗을 심었으면 참외가 열릴 것입니다.
한생각 한생각이 향기로운 이는 행동이 향기로워 인생이 향기로울 것이로되
한생각 한생각이 악취나는 이는 행동이 더러워져 인생이 썩어문드러질 것입니다.
한생각 한생각(一念)이 늘 청정한 이는, 가는 곳마다 연꽃이 만발할 것이로되
한생각 한생각(一念)이 늘 거칠은 이는, 가는 곳마다 가시덤불 뿐일 것입니다.
찰나찰나 언뜻언뜻 생멸하는 그 한생각들이 곧 나의 '인생' 그 자체요 전부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십니다.

가만히 관찰해보십시요. 어디 단 몇분이라도 잡념없이 있을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우리의 그러한 생각들 - 감정의 생멸을 가리켜
마치 발정기가 돼서 이리저리 날뛰는 야생 코끼리같다고 하셨습니다.
한산습득의 시에서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못하는 원숭이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날뛰는 우리의 생각들을 애시당초 생겨날 때부터 명료히 알아채고 잘 제어하여
도대체 지금 내가 무슨 행동을 하고있는지 분명하게 알고 행동하여
일순간의 충동에 끄달려 이성을 잃는 불상사가 결코 없게하려면 -
그러한 생각생각들을 잘 정화하여 청정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려면 -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수행을 해야합니다. 마음공부를 해야합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마음공부를 해야하는 것입니다.

위빠사나를 왜 합니까? 몸관찰 호흡관찰을 왜 합니까?
궁극적으론 한생각 한생각 최초의 의도까지 주시하고 알아채며, 늘상 깨어있으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화두참구는 왜 합니까? 그 난해한 문제를 풀어 뭣에다 쓰려고 합니까?
'어째서?'하는 의심덩어리에 몰두하여 번뇌망상을 끊어내 '한생각'들을 정화하려는게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왜 관세음보살을 부릅니까? 그 분이 귀가 어두워 큰소리로 부르는 건 아닙니다.
사막에서 물한컵 구하듯, 갓난애가 엄마찾듯 간절히 부르다보면, 온갖 잡생각들이 끼어들 틈이 없고
칭명에 몰입하여 염불삼매에 들어 청정한 마음자리를 찾아들어가려고 부르는게 아닙니까.
한생각 한생각들을 청정하게 하여 가는 곳마다 연꽃을 피워보려고 그러는게 아니겠습니까!

참사를 저지른 그가 위빠사나를 했던지 참선명상을 했던지 관음주송을 했던지
만약에 그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공부 수행을 했었더라면
'한생각'을 이겨내지못하고 충동적인 감정의 노예가 되어
이런 어이없는 사건을 저지르진 않았을겁니다.
도대체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도 모르면서
결국엔 자신도 남도 모두를 해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진않았을 겁니다.

이 혼탁하고 위험한 세상을 구할 방법은 부처님말씀밖에 없습니다.
부처님말씀을 피난처로 삼고, 거기에 의지하고 귀의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부처님의 지혜속에서, 관세음보살의 자비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평온할 수 있습니다.
불법(佛法)의 위대함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불법이기에 저 혜가는 팔을 잘라가면서까지 불법을 구하였고
구법승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사막을 건너고 거친산맥을 넘나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구인사에 가면 이런 글귀의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三日修心千載寶(삼일수심천재보)라..
'사흘동안만이라도 마음공부 관음정진을 하면, 세세생생 무한생명에 귀하고 귀한 보배를 얻는 것이니라'

한생각 한생각들로부터 휘둘리지않게, 끄달려가지않게, 내 자신을 빼앗기지않게
한생각 한생각들의 위험으로부터의 대자유를 말씀해주시는 부처님 -
오늘도 부처님의 언어로써 고백하옵니다.

Buddham saranam gacchami (붓담 사라님 가차미)
- 거룩하신 부처님께 귀의하옵니다.
Dhammam saranam gacchami (담맘 사라남 가차미)
- 거룩하신 가르침에 귀의하옵니다.
Sangham saranam gacchami (상감 사라남 가차미)
- 거룩하신 승가에 귀의하옵니다.

(이번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영가님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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