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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기난사와 부처님

장석효 0 6,679 2005.06.22 00:00
군부대총기난사 -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가 부처님의 말씀을 알았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겁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것은 변한다(無常무상)'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괴롭히는 상사라할지라도 평생 상사가 아닙니다. 제대하면 동료입니다.
아무리 모욕적인 언사로 괴로운 상황이라하더라도 영원히 지속되는 상황일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건이 변하면서 또는 계급이 올라가면서 근무처가 바뀌면서
얼마든지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만 했더라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겁니다.
모든것은 고정돼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그가 알았더라면
이런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않았을 겁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것은 그 실체가 없다(無我무아)'라고 말씀하십니다.
도대체 모욕적인 언사라는 것은 무엇이며 증오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를 화나게 하는 저사람도 나를 화나게 하려고만 이세상에 태어난 사람이 아니며
나의 행동과 저사람의 행동과 그때당시의 여건등 아주 복합적인 상황에서 그런 것일뿐입니다.
한 때 사이좋던 사람과도 싸우게되고 한 때 미워하던 사람과도 친해지는 게 인생살이 아닙니까?
한시라도 떨어져선 못살겠다던 남녀도 부부싸움 하고 이혼하고 재판하고 그러는가하면
학교다닐 때 그렇게나 앙숙으로 쌈박질하고 원수같던 녀석이 오히려 정이 들어
졸업하고 친해지는 경우도 있지않습니까?
그리고 또한, 똑 같은 표현의 말을 듣고서 어떤 이는 화를 벌컥내며 난리를 치지만
더 심한말을 듣고서도 허허 웃어넘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엄밀히 생각해보면 '대상'이 문제라기보단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어떤 모욕적인 상황도 여러 조건들 속에서 만들어진 상황일 뿐, 단지 그때의 느낌일 뿐, 생각일 뿐
그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그가 알았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겁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연기(緣起)'를 말씀하십니다.
내 한 몸이 여기에 이렇게 있지만 달랑 동떨어진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내가 있으려면 부모가 있어야하고 아버지가 있으려면 또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어야하고
어머니가 있으려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그 할아버진 또 증조부모가.. 또 할머닌..
그렇게 거슬러 생각해보면 이 한 몸 있기까지 생각조차 할수없을 정도로 수많은 조상이 있었습니다.
한편 내가 먹는 밥한그릇은 또 어떻습니까? 농사지은 농부들 방앗간사람들 농약회사사람들..
쌀이 여기까지 오도록 실어다준 트럭운전사 쌀가게 아저씨.. 옷은 또 어떤가요? 신발은..?
내가 지금 먹고 입고 신고 자고 생활하는 하나하나 모든게 수많은 사람들이 애쓴 결과입니다.
그럼 나는, 그렇게 사람들하고만 연관되어 있을까요?
내가 살아가려면 햇빛 물 공기 채소 흙.. 모든 우주가 도와주고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이렇게 역사적으로나 우주적으로나 대단한 존재입니다.
달랑 동떨어져 존재하는 일개 개인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우주의 총집결체'가 바로 '나'인 것입니다.
어디 '나'뿐이겠습니까? 모두가 하나같이 존귀한 존재들인 것입니다.
이러한 '연기'의 도리를 그가 알았더라면 어찌 그렇게 함부로 행동할 수 있었겠습니까?
어찌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피비린내나는 살생을 자행할 수 있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윤회'를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생(生)은 이번으로 끝나고 마는 게 아니라 세세생생 수없는 윤회를 반복하고있습니다.
지금 저 아이가 내 할아버지였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죽어 저 여자애의 자궁을 빌어 환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내친구가 전생엔 철천지원수였을지도 모르고,
지금 이토록 증오하는 사람이 전생엔 은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무심하게 지나치는 저사람이
다음생엔 나와 부부로 또는 자식의 인연으로 만나게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윤회의 도리를 그가 알았더라면, 현재의 인연을 윤회의 수레바퀴로 바라볼 줄 알았더라면
그는 결코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않았을겁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바세계'를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 즉 '감인토(堪忍土)'라 말씀하십니다.
고통을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는 말씀이지요.
여긴 사바세계이지 '극락'이 아니므로 고통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바세계는 '지옥'도 아니므로 어디까지나 참을 수있는 고통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묘협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處世不求無難(처세불구무난)이니 以患難爲解脫(이환난위해탈)하라.
-이세상 살아감에 어려움없기를 바라지말고 어려움속에서 대자유를 배워라.

나자신도 마음에 들었다 안들었다 하는데 어찌 모든사람들이 내 비위 맞추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러므로 묘협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於人不求順適(어인불구순적)이니 以逆人爲園林(이역인위원림)하라.
-사람들이 맘에 쏙들게 해주길 바라지말고 거슬리는 사람들 속에서 마음을 닦아라.

그러한 부처님의 말씀들을 그가 알았더라면
정말정말 이런 참변은 없었을 겁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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