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 년의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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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7 00:00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불교방송에서 진행을 하시는 성전스님, 적목스님, 월호스님의
다르마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만 명에 가까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는데 그중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은 내용이 있어 이곳에도 남겨봅니다^^
<행복한 미소>를 진행하시는 성전 스님의 책, <삼천 년의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의 머리말이라고 하네요. 다르마 콘서트에서 스님의
육성으로 들으니 마음이 짠해졌답니다.
<우리는 모두 인연입니다>
삼천 년의 생이란 얼마만큼 길고도 먼 시간일까요. 인간의 걸음으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걸어가는 데 사천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삼천 년의 생이란 참으로 멀고도 아득한 세월이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 광활한 우주의 시간으로 볼 때 삼천 년의 생이란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몹시도 긴 시간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서 당신과 내가 만났다고 생각하면 만남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누구에게나 인연은 소중합니다. 인연은 결코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인연은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대를 만나기 전 그대는 이미 내 안에 있었고 나 또한 이미 그대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인 것 같지만 우리의 만남은 삼천년의 생을 두고 우리 안에 익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오랜 인연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냥 지나치거나 차마 다 사랑하지 못하고 헤어지고야 맙니다. 그것은 우리의 시선이 영원을 보는 법을 잃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한 번쯤 물어보십시오. 당신과 나는 그 전에 무엇으로 만났었을까. 당신과 나는 또 얼마나 먼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마주 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전생과 금생과 내생에 대한 아름답고 슬픈 인연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매화를 무척 좋아했던 조선시대 학자 퇴계 이황의 인연이 담긴 짧은 시 한 편을 저는 좋아합니다.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 수 있을까
前身應是明月
幾生修到梅花
부인과 아들을 잇달아 잃고 48세에 홀로 단양 군수로 부임했을 당시 만난 관기(官妓)‘두향’을 그리며 쓴 시입니다. 두향은 시와 서예 그리고 가야금에 능했고 특히 매화를 좋아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황이 다른 지역의 군수로 부임하는 바람에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두향은 단양을 떠나는 이황에게 자신이 아끼던 매화를 한 그루 주었습니다. 그 후 21년 동안 둘은 서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답니다. 그러나 백여 수의 매화에 대한 시를 쓸 만큼 이황은 두향을 그리워했고 두향은 이황과 헤어진 후 관기를 빠져나와 이황과 거닐던 남한강가에 움막을 치고 평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가끔 위 시를 음미하며 퇴계 이황 선생이 다시 매화로 태어나고 두향이 밝은 달빛으로 태어나 봄이 오기 전 추운 2월 가장 먼저 핀 매화를 쓰다듬으며 내려오는 달빛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해봅니다.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어느 깊은 산속에 피었던 야생화였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산속을 지나가던 바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이 책 속에 유난히 산의 이야기와 자연의 이야기를 많이 쓴 것을 보면 분명 나는 전생에 자연의 일부분이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 머무는 용문사 남해 앞바다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피어났던 한 송이 해당화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도 말했듯이 나는 다음 생에는 나무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는 나무, 그 한 그루 나무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당신이 나무 사이를 스쳐가는 바람으로 와 주시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나무 위에 머무는 구름으로 빗물로 때로는 나무 아래 핀 꽃 한 송이로 와, 주신다면 얼마나 반갑고 고맙고 눈물이 날까요. 삼천 년의 생이 지나 다시 만날 당신께 이 글을 드리옵니다.
2009년 꽃피는 봄 사월, 남해 용문사에서
성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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