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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과 멍텅구리

장석효 0 8,512 2009.03.20 00:00
건강보험공단에서 공짜쿠폰이 왔길래 수년만에 위내시경을 해봤다.
하기가 좀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혹시 뭐 안좋은 거라도 있을까봐 은근히 긴장되는 분위기..
그러니까 사실 지가 잘났다고 큰소리칠 게 못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 뱃속도 지가 몰라서 목구멍으로 줄을 넣어서 컴컴한 뱃속을 들여다봐야 하니 말이다.
지 뱃속도 모르면서 뭘 안다고 큰소리치나~

안다는 게 고작 먹고사는 데 필요한 알량한 지식들 뿐...
정작 병들고 죽어가는 삶의 진실앞에선 입도 벙긋못할 허접한 것들이 아니던가..
몇년 전에 서울대학교 학생들 7명인가 8명인가가 한꺼번에 출가를 하는 바람에,
KBS에서 다큐멘터리까지 방송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자기가 누구보다도 많이 배웠고, 어디 내놔도 꿀릴 거 없을 정도로 아는 게 많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막상 인생의 한계상황에 닥쳐보니 정말 자기가 배운 그 모든 지식들이 전혀 쓸모가 없더라고...
그래서 쇼크를 받았고, 삶의 진리를 구하고자 출가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 2600년전 싯달타왕자도 마찬가지였다.
일국의 왕자로서 재물이 부족했겠는가? 권력이 부족했겠는가? 명예가 부족했겠는가?
그러나 그 어떤 부와 명예, 쾌락도 그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그 모든 것은 영원한 게 아니라 무상한 것이며, 자신도 역시 병들고 늙고 죽을 것인데
그런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 그런 번민은 청춘의 즐거움을 송두리채 앗아가 버렸다.
생노병사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인생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었고,
그래서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가를 결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조차 모르게 궁을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정말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닐까?
꿈 속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꿈 속인지조차 모르는 것처럼~

위속은 말할 것도 없고, 먹고 사는데 아무 소용없는 새끼손가락 하나만 꼬부라져도
고쳐보려고 온갖 애를 쓰면서, 100년도 못 쓸 육신을 위해선 자나깨나 노심초사 신경쓰고 가꾸면서도
정작 멀고 먼 윤회의 여행길에서 세세생생 함께할 이 마음은 일그러지고 삐뚤어져도
고쳐볼 생각은 커녕, 있는지 없는지 돌아볼 생각조차 안하고 살아가는 게 우리들 중생의 모습이다.
 
뱃속이 걱정되면 내시경으로 보면되는데,
마음이 걱정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님의 가르침에, 스님들의 법문에 비추어 봐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 스님들의 법문은 '법(法 진리)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바로 '마음의 내시경'인 법경(法鏡)이다. 그리고 더더욱 좋은 점은
이 법경은 공짜쿠폰조차 필요없이 항상 활짝 열려있다는 점이다.
일주문에는 대문이 없고, 법당에는 비밀번호가 없다.

       

        멍텅구리 멍텅구리 우리 인생이 멍텅구리

        온 곳을 모르는 그 인간이 갈 곳을 어떻게 안단말가
        온 곳도 갈 곳도 모르누나 그것도 또한 멍텅구리

        올때는 빈손에 왔으면서 갈때에 무엇을 가져갈까
        공연한 탐욕을 부리누나 그것도 또한 멍텅구리

        세상에 학자라 하는 이들 동서의 모든 걸 안다하되
        자기가 자기를 모르누나 그것도 또한 멍텅구리

        백년도 못사는 그 인생이 천만년 죽지를 않을처럼
        끝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그것도 또한 멍텅구리

        멍텅구리 멍텅구리 우리 인생이 멍텅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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