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보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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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0 00:00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이 시는 구상 시인이 쓴 [꽃자리]란 제목의 시로써,
제가 평소 직장생활 할 때 힘들고 어려우면
가끔 한 번씩 애송하면서 마음속으로 새겼던 시입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위치가 또는 앉아있는 자리가
또는 몸을 담고 있는 직장이,
또는 생활하고 있는 집이,
또는 복무하고 있는 기관이
아무리 가시방석처럼 고통스럽고 아프다 할지라도
앉아 있는 그 자리가 꽃자리임을 알고,
앉아 있는 그 자리에서 늘 반갑고 고맙고 기쁘게 살아가야지
다른 데서 꽃자리를 찾으려고 헛수고 하지 말고
나만 어렵고 힘들다고 불평불만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또한, 꽃자리라고 하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완료형이 아니고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진행형이니
앉은 그 자리에서 최대한 내가 주체가 되어
그 자리를 꽃자리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꽃자리가 되는 것이지,
홧김에 일시적인 충동에 의해
그 순간을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자리(기관)를 옮긴다고 꽃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뤄지는 수없는 만남으로 인해
겪게 되는 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되는 갈등과 고난,
역경과 난경이 정도와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아주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종교가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가시방석의 시련과 고통을
신의 축복이니 신의 은총이니 하는 표현으로 승화를 시켜
주변의 많은 진자리와 궂은 자리를 꽃자리로 만들어왔습니다.
그리하여 궁극에는 인간승리를 가져오기도 해
일시적인 좌절에 의해 마음이 까라앉고
마음이 죽어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며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상살이에 회의를 품은 참새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먹이를 찾아 다녀야 하는 삶이 괴로웠습니다.
또한 쫓겨 다녀야하는 삶에 진저리가 났습니다.
세상은 날로 혼탁해지고 공해와 더불어 다른 새들보다
한 톨이라도 더 먹으려 싸우고 속이고 속는
그런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승참새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저는 이 세상살이가 싫어졌습니다.
너무나 치열하고 너무도 비참합니다.
어제는 제 친구가 농약이 묻은 벼를 먹고 죽었습니다.
며칠 전엔 또 한 친구가 사람이 쏜 총에 맞고 죽었습니다."
스승참새는 물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
참새가 대답했습니다.
"깊은 산에 들어가서 불쌍한 우리 참새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따라 오너라" 스승참새는 그를 데리고
근처 연못으로 날아 갔습니다 .
연못은 위에서 흘러 들어온 흙탕물 때문에 검붉었는데
거기에 뿌리를 내린 연못에서는 놀랍게도 꽃봉오리가
화사하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스승참새는 말했습니다.
"보아라. 저 연꽃은 더러운 흙탕물에서 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더러운 자기 터를 아름다운 꽃밭으로 만든다.
너도 이 험한 세상을 떠나 도피하려 하지 말고
주어진 그곳에서 살면서 네 터를 네 꽃밭으로 만들도록 해라."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우리가 생활하는 곳이
험하고 더럽습니다.
심지어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마음이 깨끗하고 마음이 살아있고 마음이 넉넉하고
마음이 풍족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다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더럽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람들은 스승참새의 말과 같이 한 생각을 바꿔
그곳을 피하지 않고 주어진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꽃밭을 만들어갑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가시방석이 꽃방석이 되고
진자리가 마른자리가 되며 힘든 자리가 꽃자리가 되게 합니다.
어렵고 힘들고 괴로울수록 마음을 더 깨끗이 하고
마음을 더 여유롭게 하며 마음을 죽지 않게 잘 살려냅시다.
그래서 당하는 곳마다 꽃자리를 만들어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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