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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주지스님법문] - 3월 가족법회

장석효 0 8,566 2006.03.19 00:00
신도여러분, 추위가 물러갈 것 같지 않더니 어느새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이렇게 세상의 흐름과 변화는 나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항상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아집과 착각을 버려야 합니다. 나에 대한 집착, 나만 알고 있다는 착각, 이런 것들을 버리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답게' 사는 것이야 말로 정말로 행복한 삶입니다.

대개 가정문제로 상담을 해보면, 성격차이 때문에 살기 힘들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신혼초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았는데 요즘은 변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변한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게 안보였던 것이고, 가려질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사가 구슬땀을 흘리며 밭을 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결혼은 복 밭에 땀을 흘리는 것입니다. 자식을 위한 희생의 존재로서 삶을 살아야 하며,  행복은 짧고 비지땀은 길게 흘려야 되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간혹 자식을 낳지 않고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입니다. 제가 모시던 대충대종사 큰스님께서는 '결혼을 편하려고 하고, 그런 생각 때문에 조건을 보고 상대를 결정한다면 큰 죄악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모의 은혜를 갚는 가장 좋은 길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입니다.
부모의 은혜는 도저히 다 갚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잘 봉양해도 부모 마음의 만분의 1도 채울수 없는게 부모의 은혜이며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하해와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은 내 부모입니다. 부모를 잃는 것은 세상의 절반을 잃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프더라도 부모가 있다면 세상의 절반을 얻은 것입니다. 나를 위한 가장 진실한 기도는 내가 나를 위한 기도보다도, 내부모가 나를 위해 해주는 기도이며 그 진실성과 염력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알래야 알 수 없습니다. 자식을 낳아서 길러봐야만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가슴으로 부모를 위해 울어본 적이 있습니까? 내가 부모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걱정하는 모습을 내 아이가 한번이라도 본다면, 그 아이는 자연히 효도를 하게 됩니다. 효도하라고 천번 만번 이야기 하는 것 보다 낫습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결코 이상한 길로 빠지지 않을 겁니다.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효(孝)는 백행의 근본'이라고 하셨는데, 자식 사랑하는 것의 100분의 1만 부모에게 해도 효자소리 듣습니다.

그리고, 요즘 부모들은 자식 귀하다고 심부름도 안시키는데 그게 자식을 위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 심부름을 시키고, 그 일을 잘 해냈을 때 성취감을 느껴보고, 남들로부터 인정받았을 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을 느껴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잘하면 크게 칭찬해주고, 설사 아이가 실수를 하더라도 따뜻하게 안아주십시요. 포용해 주는 부모에게서 아이는 용기와 희망을 배우며, 칭찬해 주는 부모에게 아이는 감동하며 자신감을 키워나갑니다. 또 요즘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은 자식교육을 망치고 있는 행위입니다. 자식 앞에선 그 선생님을 최고로 평가해야 제대로 된 최고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으로부터 교육이 시작돼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교육철학은 말할 수 없이 크고 지혜로우십니다.
일곱살에 출가해 말썽만 피우는 아들 라훌라에게 발씻을 물을 떠오게 한 후, 발을 씻은 더러운 물은 물론 한번 더러워진 그릇에 담긴 물조차 아무도 마시려하지 않음을 보이심으로써, 한번 더러워진 행동도 그와 같이 외면당할 것임을 라훌라 스스로 깨닫도록 가르치신 바 있습니다. 이와같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그 아이 스스로 잘못을 살피고 뉘우치도록 이끌어 준다면 그 아이는 분명코 행실을 고칠 것입니다.

여러분,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복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복 밭에 복을 지으러 왔음을 알아야 합니다. 상대에게 물질적 행위로만 이로움을 주려 말고, 먼저 마음으로써 이로움을 주십시요. 그것이 중요합니다. 진정으로 상대를 위하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가족간에, 남편과 자식에게 어떻게 하면 상대를 편하게 해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십시요. 서로서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면 그게 바로 행복입니다. 또한, 흐르는 물도 떠줘야 공덕이니, 형식적인 면도 무시하지 말고, 아내에게 꽃도 사주고 하면서 좋은 감정은 아낌없이 표현하십시요.

현세에서 행복을 만들 줄 모르는 자는 결코 내세의 행복도 만들 수 없습니다. 팔자는 순간순간 바뀌는 것이므로, 한마음 내는 순간 벌써 바뀌는 게 팔자입니다. 오늘 여기 오신분들은  여기 와서 법문을 들었기에 또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고 팔자를 바꾸는 것은 작은 기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밤새 기도하면서 기도가 잘되었던지, 안되었던지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도를 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마음과 행위를 바꿔가야 하며, 마음을 바꿨으면 행동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상대방 마음을 상하게 할만한 이야기는 오늘 하지 말고 얼마든지 미루어도 좋습니다만, 기분을 좋게 할만한 이야기라면 당장 해야합니다. 퇴근 후에 해야지~ 라고 미루지 말고 전화로라도 바로 하십시요. 그러면 항상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현실의 행복을 만들어야 내세에 극락도 가고 천상도 가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절대영역의 행복이 있거나 극락과 천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며, 오직 내 마음 속에서 만드는 것이며, 마음 속에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마음을 여러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바로 불교라는 것을 명심하시고, 열심히 정진하셔서 구경에는 성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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