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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운사벽화 이야기] 도림선사와 백낙천

장석효 0 10,241 2006.02.20 00:00
장소는 중국 당나라 항저우(杭州).
자사(刺史:검찰관)로 부임한 백낙천은 그리 멀지 않은 사찰에 도림(道林)선사라는 고승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한번 직접 시험해 보리라' 작정하고 수행원을 거느리고 찾아왔다. 도림선사는 사람들이 새둥지같다고 할정도로, 나무가지위에 올라 앉아 좌선하기로 유명한 스님인데, 소나무 위에 올라가 좌선을 하는 도림선사를 쳐다보니 저러다 떨어지지나 않을까 아슬아슬해 보인다.

'선사의 모습이 너무 위험하니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소리치니 선사가 아래를 내려다 보며 '내가 보기엔 자네가 더 위험하네..' 백낙천이 어이없어 하면서 '나는 벼슬이 자사에 올라 강산을 진압하고, 또 이렇게 안전한 땅을 밟고 있거늘 무엇이 위험하단 말이요?' '티끌 같은 지식으로 교만만 늘어 번뇌가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이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불교의 대의는 무엇입니까? 좋은 법문 하나 해주십시요' '나쁜 일 하지 말고, 좋은 일 많이 해라' 이같은 대답에 대단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백낙천은 '그거야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니오' 라며 신통치 않다는 듯 돌아서려는데, 선사가 말한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팔십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네.'

가만히 상상해보노라면 참으로 절묘한 대조가 돋보이는 명장면이다.
세간(世間)의 행복을 거머쥔 백낙천, 그리고 출세간(出世間)의 안락을 추구하는 도림선사. 평범한 질문에 명쾌한 답변, 거기에 실망을 감동으로 바꿔주는 대반전까지... 백낙천은 당대의 문장가이며 높은 벼슬도 많이 한 사람이다. 소위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추구한 것은 무엇인가? 결국 오욕락(財,色,食,名,睡)에 불과한 것이다. '안수정등'의 비유에서 위급한 신세를 깜박깜박 잊게해주는 꿀물방울이 바로 그것이며, 부처님께서 '꿈같고, 환영같고, 물거품같고, 그림자같다' 라고 경고하신 바로 그것이다. 백낙천이 속세의 행복을 얻었다 한들 결국 알고보면 그렇게 허망한 것이거늘 그런 것을 추구하고 그런 것에 의지하고 있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전도몽상에 빠져 오욕락만 쫓다가 삼악도에 떨어지면 어찌하려고... 한낱 소나무에서 떨어지는 위험에 비교나 되겠는가..

도림선사가 추구하고 귀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과거칠불 모든 부처님들께서 한결같이 하신 말씀 - '악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고, 스스로 그 마음을 맑게 하는 것' '諸惡莫作(제악막작) 衆善奉行(중선봉행) 自淨其心(자정기심)'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악을 짓지 말란 것은 곧 戒(계)이며, 마음을 맑게 하란 것은 곧 定(정)이며, 선을 행하란 것은 곧 慧(혜)이니, 도림선사가 추구하는 것, 불가에서 추구하는 것은 바로 삼학(三學)인 것이다. 삼학을 닦아 해탈을 해야만 진정한 안락(安樂)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1200여년전 어느 날, 두사람의 문답 몇마디는
절묘한 대조 속에서 명쾌한 가르침으로 번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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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치: http://user.chol.com/~polk/dica/sam005.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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