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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 법문] - 1월 가족법회

장석효 0 7,861 2006.01.16 00:00
신도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연말이었던 어제와 신정인 오늘 -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자고 일어나는 일상사는 별변화가 없어도 2005년에서 2006년으로 해가 바뀌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뭔가 달라져야 하겠다는 우리의 마음자세가 새로워졌으며, 이와같이 처음 시작하는 마음을 일컬어 초심(初心)이라 합니다. 이 초심은 누구나 한결같이 깨끗합니다. 학생이 새학년을 시작하면서 글씨도 반듯반듯하게 쓰려고 하는 순수한 마음을 내듯, 절에 처음 나오는 불자의 마음은 오로지 부처님만 생각하며 부처님말씀에만 의지하려는 맑은 마음일 것인데, 우리 불가에서는 이와같은 초발심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을 말씀드리겠습니다.

 [夫初心之人은 須遠離惡友하고..]
(불교에 귀의해서 부처님마음으로 살고자 처음 마음을 내는 사람은 모름지기 악한 벗을 멀리 여의고..) 남의 말을 좋게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남 험담하기를 일삼는 사람은 나쁜사람으로 멀리해야 하지만, 오히려 우리는 그런 옳지 못한 사람과 가까워지기가 더 쉽게 마련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주변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듯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이제 막 시작한 초발심일수록 마치 깨끗한 백지와 같아 물들기 쉬우므로, 모름지기 악한 이를 멀리하라 이른 것입니다. 삿된 말을 많이 하고 험담을 즐겨하는 사람은 가까이 해선 안됩니다. 스스로가 귀를 씻을 줄 알아야합니다.

 [親近賢善하야..]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 하야..) 나 아닌 다른 사람 - 고통받는 이들을 보고 마음아파 하는 사람, 그런 이를 가까이 하십시요.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그를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하는 사람, 그런 이를 가까이 하십시요. 그러하면 절대로 삿된 길로 떨어질 염려가 없습니다. 우리에겐 화합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갈등으로써 불행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렵게 유복자를 키워 성공시킨 어머니가,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는 안거를 '휴가가셨다'라며 가벼이 여기는 며느리에게 화를 내지 않고, 지혜롭게 기회를 마련하여 그 현장을 체험시킴으로써 며느리 스스로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불심을 싹트게 한 좋은 일화가 있습니다만, 자칫 갈등을 일으켜 커다란 고통속에 빠져들 상황에서도 마음을 지혜롭게 잘 굴리면 모두가 화합하여 행복해질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지혜'인 것입니다. 지옥은 어디이며 정토는 어디이겠습니까? 반목과 갈등속에서 고통을 만들어내면 지옥이요, 같은 상황이라도 상대를 포용하고 화합하면 곧 정토입니다. 먼 곳에서 찾으려말고 내 마음 가운데서 찾아야 합니다. 괴로움으로 가는 길, 행복으로 가는 길 - 모두 다 내 마음에 갖추어져 있는데 이 마음은 환경에 물들기 쉬우므로, 그러하므로 악한 벗을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 하라 이른 것입니다.

 [受五戒十戒等하야..]
(즉 오계 내지 십계를 받아..) 오계는, 살생하지 말라(不殺生), 도둑질 하지 말라(不偸盜), 음행 하지 말라(不邪淫), 거짓말 하지 말라(不妄語),  술 마시지 말라(不飮酒)인데, 사실 오계를 지키기도 어렵습니다. 생계를 위한 살생조차 재고해봐야 할 일이거늘, 하물며 재미삼아 살생을 하고 쾌감을 느끼는 낚시나 사냥은 잘못된 것입니다. 방생도 잘 해야 방생입니다. 추운겨울에 굶주리는 새들에게 먹이를 뿌려 주거나, 한여름에 말라들어가는 웅덩이의 물고기를 꺼먹고무신으로 날라 너른 물에 놓아주는 순수한 마음이 진정한 방생이지, 공연히 잘 사는 물고기를 잡았다 놓아주며 공덕이 되기를 바라는 건 방생이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짓말 하지 말라.. 일상에서 진실된 말만 하며 살아갈 수야 없겠지만, 잘 알고서 해야합니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의 행방을 숨겨주는 거짓말은 방생이 될 수 있지만, 도둑의 행방을 숨겨주는 거짓말로는 자칫 공범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도둑질이나 음행은 안하면 될 것이고, 술을 먹지 말라는 것은 전혀 먹지말라는 뜻이라기 보다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술을 먹고 일을 행복하게 하고 좋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먹어도 되지만, 술먹고 시비걸고 살림살이를 깨는 사람은 먹어선 안됩니다. 술은 소인(小人)의 음식이 아니라 대인(大人)의 음식인 것입니다.

 [善知持犯開遮하라.]
(때로는 가지고, 범하고, 열고, 막고하는 걸 잘 알아서 실천하라.) 들을 걸 가려서 들어야 하고, 해야할 것을 가려서 해야 하며, 가야할 곳을 가려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但依金口聖言이언정 莫順庸流妄設이어다.]
(다만 부처님의 말씀에만 의지하여야 하며, 잘못된 무리의 삿된 말을 따르지 말지어다.) 부처님의 말씀은  진리의 말씀이므로 영원히 변함없다는 뜻으로 '금구성언'이라 합니다. 우리 중생은 이랬다 저랬다 하며 죽끓듯하는 기분으로 대상을 보고 느끼지만, 부처님은 있는 그대로 진리의 사실만을 보고 말씀하시므로 언제나 변함없는 한결같은 말씀이십니다. 그러하므로 이 진리의 말씀에만 의지하여야 하지, 그 외의 것엔 의지할 바가 못된다는 뜻입니다.

 [旣已出家하야 參陪淸衆인댄..]
(이미 부처님전에 마음을 내어 들어와 청정한 대중을 참배하여 모실진댄..) 신도이면 신도로서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하고, 법회 등 중요행사에 성실히 임하며, 동료신도를 존중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常念柔和善順이언정 不得我慢貢高니라.]
(항상 부드럽고 착하고 순함을 생각해서 화합에 근본을 둘지언정 아만으로써 나를 높이지 말라.) 부처님 앞에서는, 절에서는 남자 여자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출가를 하면 세속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얼마나 마음을 닦느냐가 중요할 뿐, 세속에서의 출세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아만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고통속에 살아갈 뿐입니다. 모두와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며, 조건을 탓하지않고 누구와도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大者는 爲兄하고 小者는 爲弟니라.]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형을 삼고 나이가 어린 사람은 아우를 삼느니라.) 우리 절에서도 어르신은 내 부모님처럼 존경하고, 신도간에 이와같이 형님 아우 하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儻有諍者어던 兩說로 和合하야 但以慈心相向이언정 不得惡語傷人이어다. 若也欺凌同伴하야 論說是非ㄴ댄 如此出家는 全無利益이니라.] (만일 다투는 자가 있거든 일이 잘 되도록 덮어주고 북돋우며 두말로 화합시켜 다만 자비스러운 마음을 낼지언정, 즉 측은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할지언정, 악한 말로 상대방을 상하게 하지 말지어다. 만일 동료 벗을 속이고 업수이 여겨 옳고 그름을 시비한다면, 이러한 출가는 전혀 이익됨이 없느니라.) 절에 들어와서는 마땅히 아상(我相)을 버리고 상대를 받드는 마음을 내어야 하며, 자비로써 상대를 포용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어야 하거니와, 그렇지 못하다면 비록 출가를 하였어도 이익됨이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출가의 의미에 대한 부분까지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신정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평소보다도 더 많이 참석해주신 여러분을 보고 큰 희망을 가지며, 법회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공덕이 됨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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