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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운사벽화 - 스승을 제도한 영원조사

장석효 0 10,029 2005.12.02 00:00
[법당 왼쪽 계단]

임진왜란때 동래 범어사에 매학이란 스님이 계셨다.
이 스님은 원래 욕심이 많아 신도들의 재물을 탐내어 수도보다는 재물을 모으는데만 눈이 어두웠다.
어느 날 매학스님이 소산 앞을 지나다가 조그만 초가집에 서기가 돌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스님이 옷깃을 여미고 그 집에 들어서니 옥동자가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토방 앞에 다다른 스님은 밖에서 기침을 하고 들어가서 산모에게 일렀다.
'이 아기는 불가와 인연이 깊은 옥동자이니 잘 길러 주시면 십년 후 제가 와서 데려가겠습니다'
산모는 매학스님의 말에 그러기로 하였다.

그 후 십년이 지나 매학스님은 동자를 범어사로 데리고 와서 상좌로 삼았고, 어린 상좌는 아주 영특하여 잔심부름을 잘하고 부처님께 예불도 곧잘 올렸는데, 하루는 뒷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오라고 시켰더니, 상좌는 저녁때가 다 되어 달랑 빈 지게만 지고 돌아왔다..
'하루종일 어디서 놀다가 맨손로 왔느냐?'
매학스님은 불호령을 내렸으나 어린 상좌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스님, 그런게 아니라, 나뭇가지를 베었더니 시뻘건 피가 줄줄 나와서 도저히 나무를 벨 수가 없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상좌의 말에 매학스님은 노발대발하여 호통을 쳤다.
'원 이런 고약한 놈을 봤나? 어디서 그런 엉뚱한 거짓말을 배웠느냐?
나무에서 피가 나왔다고? 나를 속이려거든 당장 나가거라.'
상좌는 하는 수 없이 그 길로 범어사를 떠나 금강산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금강산 영원동에 들어가 세간을 끊고 오직 한마음으로 정진한 상좌는 크게 깨달음을 얻었고, 흰구름 떠가는 푸른 하늘과 무심하니 흐르는 시냇물에 마음을 두고 자적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하루는, 선정에 들어 스스로 법열을 즐기고 있다보니 홀연히 범어사 옛 스승의 사후 죄를 묻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스승을 구하려고 신통력을 부려 명부에 이르러 그 원인을 알아봤더니, 생전에 탐욕이 너무 지나쳤던 스승은 그만 죽어서 구렁이의 과보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영원스님이 곧바로 범어사로 가보니, 큰 구렁이가 고방에 도사리고 앉아 팥죽을 얻어먹고 있었다. 스님은 짐도 풀지않은 채, 즉시 고방으로 들어가 구렁이를 향해 정중하게 절을 하였다.
구렁이가 팥죽을 다 먹길 기다린 영원스님은 얼마 동안 독경을 하더니, '스님, 이게 웬일이십니까? 어서 해탈하여 승천하시옵소서' 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가니, 구렁이도 꿈틀거리며 영원스님을 따라 나가는 것이었다.
구렁이와 함께 시냇가에 이른 영원스님은 구렁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업신(業身)을 받게 된 것은 전생에 너무 탐욕을 부린 까닭이니 이제부터라도 몸과 마음의 탐심을 모두 버리십시오'
말을 마치고나서 영원스님은 옆에 놓인 큰 돌을 들어 구렁이를 내리쳤다.
그러자.. 죽어가는 구렁이의 몸에서 새 한 마리가 나와 영원스님의 품에 안겼다. 스님은 이 새를 품고 다시 금강산으로 향했다.

길 가는 도중, 이 새는 암수의 짐승이 짝을 지어 노니는 것을 보면 그 곳으로 날아가려고 퍼득거려 스님은 이를 막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
하루는 날이 어두워 인가를 찾다가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그날 밤 스님은 새를 주인에게 맡기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지금부터 열달 후에 당신들 내외에게 아들이 생길 것이니 잘 길러주기 바랍니다. 그 아이는 불가와 인연이 깊으므로 십년 후에 제가 다시 와서 데려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십년 후 스님은 동자를 절로 데려갔고..
동자승은 열심히 공부하고 불도를 닦아 차츰 스님의 풍모를 갖추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영원스님은 동자승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였다.
'스님,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아니, 스님 어찌된 일입니까? 어서 일어나십시오'
동자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스님, 저는 본래 스님의 제자였습니다. 정신을 차려 저를 자세히 보십시오'
영원스님이 목메인 소리로 말할 때 동자승은 불현듯 자신의 전생(前生)을 보았다.

동자승은 자신의 전생을 거울 보듯 보고나서, 스님이 구렁이였던 자기를 죽였다는 그 원한의 숙업을 어쩌지 못하고 어느 날 밤 그만 일을 저지르게 됐으니, 영원스님이 잠들기를 기다려 흉기를 들고 들어갔다.
영원스님이 기척이 없는 것으로 미뤄 깊은 잠에 들었을 것이라 믿은 동자승은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 영원스님 곁으로 다가가 힘껏 내리쳤다.
그 순간, 벽장문이 확 열리더니 영원스님이 나오면서 말했다.
'스님, 이제 숙업은 다 소멸됐습니다'
동자승은 들고었던 흉기를 힘없이 내려놓았다.

이 벽화는, 윤회라는 수레바퀴 속에서 업(業)의 과보가 얼마나 준엄한 것인지 새삼 일깨워주는 이야기이다.

'선업(善業)은 즐거움을 낳고, 악업(惡業)은 괴로움을 불러
미래의 고통은 현재에 만들어지나니, 지금 나는 무엇을 짓고 있나?'

(장석효 http://user.chol.com/~po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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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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