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샘 - '그 놈의 떽 하나 때문에'
장석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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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0 00:00
옛날에 어떤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대로 매우 금슬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다만 흠이 있다면 어리석은 것이었습니다.
하루는 부부가 떡 세 개를 놓고 나누어 먹고 있었는데, 각기 하나씩 먹고나니 하나가 남았습니다.
그들은 나머지 떡 한 개를 두고 서로 약속하였습니다.
남편이 먼저 말했습니다.
"여보, 떡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구려. 이것을 나누어 먹자니 그렇고, 우리 이렇게 합시다."
"어떻게요?"
"말을 먼저 하는 쪽이 떡을 못먹기로....."
"그게 좋겠어요. 여보."
이렇게 약속하고는 그 떡을 먹기 위해 서로 말을 먼저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동안의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은 집안에 스며들어 모든 재물을 훔쳐냈습니다.
■ 그러나 두 부부는 도둑맞는 것을 뻔히 보고도 떡을 못 먹을까봐 입을 다문 채 앉아 있었습니다.
도둑은 혹 그들이 병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로 떠들어댔지만 역시 대꾸를 하지 않자, 남편이 보는 앞에서 도둑은 부인을 겁탈하려고 하였습니다.
일이 이쯤 되자 다급해진 부인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도둑이야!"
도둑은 엉겁결에 부인의 몸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부인이 말했습니다.
"이 돼지 같은 양반아! 아무리 떡 한 개에 눈이 멀었기로서니 도둑이 들어 제 아내를 겁탈하려고 하는데도 말 한 마디 없이 있는단 말이오."
그제서야 남편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아. 이 여편네야, 이제 이 떡은 내 것이다. 네가 먼저 말했으니 네게는 주지 않겠다."
"......"
세상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들 그를 비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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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백유경'이라는 경전에 나오는 재미있는 비유입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남편입니다. 그 떡 하나가 아무리 맛있기로서니 아무려면 집안의 재물을 도둑맞고 부인이 곤욕을 당하는 것에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냥 웃고 넘길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다보면 그 '바보남편'같은 사람들이 꽤나 있기 때문입니다.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등 소위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 우매한 탐욕을 이겨내지 못하고 순간의 쾌락이나 금전적인 유혹에 끌려 스스로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 그런 사람들이 돈이 없습니까? 명예가 없습니까? 권력이 없습니까?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부귀영화를 누리며, 마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같은 풍요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좀 더 많은 재물과 좀 더 즐거운 쾌락을 얻어보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마는 것입니다.
호화주택에 고급승용차를 타면서도 돈의 욕심에서 못 벗어나 뇌물을 받다가 하루아침에 철창신세로 전락하고 마는 사람. 술자리에서의 순간적인 성추행 한번으로 평생동안 쌓아 온 명예를 단번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사람. 그 술자리에서의 쾌락이 아무리 즐거웠어도 어찌 일평생 쌓아 온 명예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마치 떡 하나 더 먹으려고 부인까지 잃으려는 그 남편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 현찰 몇다발, 술자리의 여흥 - 마치 맛있어 보이는 떡 한개일 뿐인데...
■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컴퓨터게임에 빠져 공부를 게을리 하는 학생 역시 '떡 한개'에 눈이 먼 바보이고, 술 담배에 빠져 건강을 해치고 몸을 망치는 사람 역시 '떡 한개'에 눈이 먼 바보이며, 브랜드에 휘둘려 허영에 빠져 사는 사람 역시 '떡 한개'에 눈이 먼 바보입니다.
경전의 말씀은 거울과 같습니다. 경전의 말씀에 내 모습을 비추어 보아야 합니다. 내가 지금 추구하고 바라는 이 것이 지혜의 눈으로 바라볼 때 겨우 '떡 하나'에 불과한 것이나 아닌지.. 이 걸 얻기위해 애쓰는 사이에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더 크고 소중한 가치가 희생되고 있지나 않은지..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경전에 비추어 반성하고 다듬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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