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자장율사는 공양미를 씻으러 암벽 아래 석간수가 흘러나오는 옹달샘으로 나갔다. 바가지로 막 샘물을 뜨려던 스님은 잠시 손을 멈췄다.
『웬 이럴 수가. 아니 그래 어디 가서 못 놀아서 하필이면 부처님 계신 절집 샘물을 흐려놓는고.』
스님은 샘에서 흙탕물을 일으키며 놀고 있는 개구리 한 쌍을 두 손으로 건져 근처 숲속으로 옮겨 놓았다.
다음날 아침. 샘가로 나간 자장 스님은 개구리 두 마리가 다시 와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허참, 그 녀석들 말을 안 듣는구먼.』
스님은 다시 오지 못하도록 이번에는 아주 멀리 갖다 버리고 왔다.
■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날에도 개구리는 또 와서 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로구나.』
스님이 개구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여느 개구리와는 달리 입과 눈가에는 금줄이 선명했고 등에는 거북 모양의 무늬가 있었다.
『불연이 있는 개구리로구나.』
자장율사는 개구리를 샘에서 살도록 그냥 놔 두었다.
어느덧 겨울이 왔다. 자장율사는 겨울잠을 자러 갈 줄 알았던 개구리가 눈이 오고 얼음이 얼어도 늘 샘물 속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거 안되겠구나. 살 곳을 마련해 줘야지.』
■ 스님은 절 뒤 깎아 세운 듯한 암벽을 손가락으로 찔러 큰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뚫고 그 안에 개구리를 넣어 주었다.
『언제까지나 죽지 말고 영원토록 이곳에 살면서 자장암을 지켜다오.』
스님은 이렇듯 불가사의한 수기를 내리고는 개구리를 「금와」라고 이름했다.
그 뒤 통도사 스님들은 이 개구리를 금와보살, 바위를 금와석굴이라 불렀다. 금와석굴은 말이 석굴이지 지름이 1.5∼2cm에 깊이 10cm 정도의 바위 구멍이다. 그 속에는 이끼가 파랗게 끼어 있는데 개구리 같기도 하고 큰 벌 같기도 한 것이 살고 있다고 한다. 자장율사의 수기를 받아 오늘까지 살아온다고 전해지는 이 금와보살은 통도사 내에 길조가 생길 때면 나타난다고 한다.
한번은 태응스님이 자장암 법당 증축불사를 위해 기도를 올리다가 개구리소리를 들었다. 이상히 여긴 스님이 「관세음보살」을 외우면서 계속 기도를 하다 보니 부처님 옆 탁자 위에 회색 바탕의 몸에 다리가 붉은 금개구리가 기어나와 있었다.
■ 스님은 그 후 사철 동안 굴 속을 들여다보면서 금개구리를 자세히 살폈다.
초봄의 금개구리는 자연석 같은 회색 바탕에 등에는 검은 점이 있고 발끝에는 둥글둥글한 구슬이 달려 있었다. 금테 같은 선을 두른 입은 마치 두꺼비 입을 닮았다. 여름이 되니 몸이 파랗게 변하면서 검은 점이 많이 보이다가 장마가 지자 다시 초봄의 색으로 변하더라는 것이다. 여름 더위가 심할 때는 몸 색이 누렇게 변하고 겨울이면 벌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일기와 계절에 따라 변하는 금개구리는 먹이가 무엇이며 언제 밖으로 나오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 금개구리들은 자장율사의 신통력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통도사 자장암을 참배하는 불자들은 으레 금와보살을 친견하려 한다. 그러나 신심이 돈독한 사람에게만 보이므로 친견 못하고 돌아서는 불자들이 더 많다고 한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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