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 예 보살님 2010년 10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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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9 00:00
이 순 예 보살님
요즘 우리 절에는‘일심청정 관음정진 백만독’ 백일기도가 중반에 들어서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어지는 백만독 기도에 많은 신도님들께서 동참하고 있다. 그중에 노보살님 몇 분이 집과 사찰을 오고가시며 보살님 방에서 동숙기도를 하시는데 그 보살님 중에 집이 홍천이신 ‘이 순 예’ 보살님이 계신다.
커다란 키에 구부정한 모습으로 늘 치마를 즐겨 입으시는 보살님은 사찰에서는 일명 ‘치마보살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언제나 조용한 얼굴로 사찰 내를 돌아보시며 만나는 사람마다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마음이 동하면 대화하기를 즐겨하신다. 올해 83세 무진 생이신 보살님은 더 깊은 학문적 불교를 배우기 위해 불교대학 7기생으로 재학 중이시며 학기 중에 병행되는 학문발표, 삼사순례등을 적극동참하시며 젊은이들과 당당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다.
처음 삼운사에 오시게 된 사연을 여쭈어보자 보살님 연세가 말해주듯이 6.25와 같은 격난의 시절을 보내시며 힘겨웠던 시절을 얘기하기 시작하셨다. 첫아이를 낳자마자 허리에 다래끼를 달고 밭에 나가 고추를 따다 오한이 나고 허리가 아파 고생하셨다는 얘기와 둘째아드님을 잃고 따님이 삼운사에 모셔와 구인사와 인연을 맺으셨고, 그 후로 순간순간 현몽으로 위기를 모면하거나 기도의 혜안으로 삶의 방향을 잡아주셨다고 한다. 조사님 친견으로 쑤시는 옆구리를 구기자 다려먹고 말끔하게 낳은 일과, 기도 중에 일어났던 현몽가피를 말씀하시며 지금도 목소리를 크게 ‘관세음보살’기도를 하신다고 한다.
요즘 우리 종단에서는 십선실천운동이 한창이다. ‘모든 악은 저지르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며 스스로 그 마음을 청정하게 하라’는 십선을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불교의 기본교리 십선의 취지아래 보살님은 삶 자체가 십선의 실천이었다. 모든 일은 ‘입으로 만들고 마음으로 만든다.’는 보살님 생각과 부연설명은 진리의 말씀이시다. 사람들이 왜 ‘난리’라고 입으로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6.25 난리 때 벼 베로 나가셨다 돌아오지 않은 할아버지를 생각하시며 무서운 말이라고 하셨다.
어느 날 기도를 하시는데 입에서 ‘돌부처는 있어도 십자가는 없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며 버스에서 어느 목사님과의 대화를 얘기해주셨다. 우연히 곁에 앉은 목사님께서 교회에 다니라는 말에 ‘나는 절에 다닙니다.’했더니 왜 미신을 믿느냐는 말에 나무로 된 십자가와 금으로 된 부처님을 예를 들며 끝까지 보살님 생각을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 모든 것이 썩지만 ‘돌’은 안 썩어 그렇지? ‘부처님은 다 아신다’며 우리는 수행하는 사람들이라 남을 속이거나 마음을 속여서도 안 된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앞으로 벌레가 지나가자 저렇게 조그만 벌레도 사람들을 보면 때려잡을 까봐 도망을 가는데 절대로 내 손으로 잡아도 죽여서도 안 되는 거라며 삼부정육(三不淨肉)관해 정확한 말씀을 하셨다. 외국속담에 노인은 움직이는 도서관이라는 말이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험에 의한 지혜는 백과사전과도 같다는 생각과 보살님께서 지향하는 삶의 지표야 말로 대승불교속에 십선실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보살님은 깊은 삼매 중에 부처님께서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으시며 ‘예쁘다 예쁘다고’하셨다며 ‘나는 이다음에 아주 예쁜 여자로 태어 날거 같아’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편집 김해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