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멋진 조화- 양정호 2011년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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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9 00:00
-차의 멋진 조화-
처음 차를 대접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멈춘 듯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 고요한 찻자리, 나중에 알았지만 그러한 시간이 정중정의 시간이라는 것을 ...
곱게 한복을 입고 바른 자세로 앉아 오목 조목 빚은 아담한 찻잔에 정성껏 우린차를 어색하고 쑥스럽게 받아 쩔쩔매다 원샷으로 꿀꺽 마셨다. 목 넘김의 찻물소린 왜 그리 크던지!
정보화 시대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우리의 감각은 말초적이 되어가고 ‘빨리 빨리’의 성급함에 우리의 정신은 심한 피로로 지쳐 있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 가고 웰빙이 활개를 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복을 부르는 음료가 있다. 그건 “차”이다.
바쁜 날들 사노라면 일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삶의 갈증에 목마름, 한잔 차가 생각나고 그 향기의 맛은 진정으로 다정하며 찌들고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청량제다.
덕 높으신 스님들은 차 맛을 통해 차와 선은 하나. 다선일미라 하셨고, 옛 선조들은 차의 향기와 맛도 즐겼지만 차를 정신음료로 유배지 생활의 울분을 달래기도 했다.
차의 효능을 보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방어 하는 물질로 잠을 쫓아주며, 목마름 해소, 면역기능, 항암효능, 스트레스완화, 혈당조절, 혈압조절, 변비치료, 이뇨작용, 심장병예방 ,진해거담작용, 젊어지는 묘약, 노화방지에 탁월한 강력항산화제이다. 차 성분들이 이러한 효능과 함께 마음을 맑고 편안하게 한다. 차는 복을 부르는 음료임엔 틀림없다.
나는 평소 다반사로 밥 먹듯 집에서 가족과 차를 마신다. 엄격한 행다의 격식을 차리다 보면 차 마시기를 가족들이 은근히 기피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다관에서 차를 우려 예쁜 머그잔에 인원수대로 우려서 앞에 놓아준다. 밥도 다른 사람이 해주면 맛이 있듯이 때로 남편이 우려 주는 차를 마시는 호사도 누려본다.
요즘 나는 차로 인해 남 앞에 서는 일로 부처님 가피를 많이 입고 있다. 사찰에서 배운 다도로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누라는 뜻이리라...
차는 좋은 기운이 있어 “간절함과 긍정적인 마음을 원할 때, 고마움을 전할 때, 실컷 떠들고 마음이 허할 때, 혹 마음속으로 미워지는 친구가 고개를 들 때, 차를 한잔 우려 앞에 놓고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다”라는 신앙의 태도와 함께 번뇌가 소멸되는 것을 느낀다.. 우리 삼운사에도 여러 신행단체 중 차가 있어 더 아름다운 모임인 다도회가 있다. 다도를 담당하시는 스님께서 사찰의 다도회를 단청에 비유하셨다. 단청은 마지막 공정으로 사찰을 소박하고 아름답고 절묘한 힘을 가진 순수한 에너지라고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씀하셨다.
다도회원들과 인연을 맺은 지도 10여년이 되어 가며, 차공부의 많고 적음보다 끈끈한 정을 나누고 하나로 융화 되고 있다. 다회에선 차의 이론을 비롯하여 차를 우릴 수 있도록 행다법을 익히고 꾸준히 차를 마셔보도록 한다. 한 달에 한번 법회 때에는 부처님께 차 공양을 올린다. 부처님께 차를 올리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몸에서 느껴진다. 차의 덕은 베푸는 것, 나누는 것이라고 했던가....
일 년에 한번 열리는 큰 행사 천태 차문화 축제는 차를 통해 나누는 장이다. 다도 발표회와 차시음, 다화(꽃꽂이) 다식 테이블셋팅 등으로 축제에 오신 천태종신도님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차향과 어우러지는 가을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는 훈훈한 차자리가 펼쳐진다. 열정적인 차문화보급과 나눔은 천태종의 힘이다.
차로, 신앙으로 맺은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며 아름다운 단청 역할에 신도님과 함께 꽃 피우고 싶다. 올해엔 대조사님 탄신100주년을 맞아 많은 활동이 계획되어 있다. 함께할 회원을 수시로 모집한다. 그리고 천태차문화연구보존회(다도대학원)에서도 편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3월초까지 접수하면 이 어설픈 첫걸음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 이었나 떠올리며 행복해 할 것이다. 많은 동참 바라며 두손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