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간디야는 쿠루국의 한 바라문의 딸이었는데 그 미모가 대단하였다.
빛나는 외모로 인해 어릴 적부터 사람들의 찬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란 탓일까..
오만방자한 성품이 이를 데 없었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아름다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인도 곳곳에서 내노라 하는 집안의 청년들이 몰려들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마간디야의 아버지 역시 딸과 어울릴만한 멋진 사위를 찾기 위해 혈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간디야의 아버지는 우연히 마을에서 탁발을 하고 있던 한 수행자를 발견했다.
빛나는 외모에 위엄 있는 모습.. 바로 부처님이었다.
자신의 사위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 바라문은 아름답게 장식한 마간디야를 데리고 부처님을 찾아가
자신의 딸과 결혼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출가해서 수행할 때 악마 마라는 내 수행을 방해하려고 계속 따라다녔다.
내가 네란자라강가의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자 그는 절세미인인 3명의 딸을 보내어 나를 유혹하려 했지만,
내게는 그녀들과 음욕을 행하고 싶다는 손톱 만큼의 욕망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라 해도 결국 똥오줌으로 가득 차 있는 육체..
도대체 이 여인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그녀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대고 싶은 욕망이 없구나.”
부처님의 대답을 들은 마간디야는 엄청난 수치심을 느끼며 분노했다.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며 부러워했던 자신을
똥오줌으로 가득 찬 존재, 손도 대고 싶지 않은 여자로 몰아버린 이 자를 도대체 어떻게 응징하면 좋을까..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언젠가 반드시 혹독하게 되갚아 주리라 복수를 다짐했다.
한편, 이때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감동한 마간디야의 아버지는 그 길로 출가해 버렸다.
그녀는 숙부에게 맡겨졌는데, 얼마 뒤 마간디야는 꼬삼비 국 우데나 왕의 세 번째 왕비로 간택되었다.
우데나는 당시 인도의 5대 국왕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던 왕으로, 갠지스강과 야무나강을 양쪽으로 끼고 위치한
밤사국의 수도 코삼비를 통치하고 있었다.
어느때 부처님께서 꼬삼비를 방문하시게 되었는데..
마간디야는 그 소식을 듣고 자기의 영향력이 미치는 시중 불량배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부처님께서 아침 탁발을 하시기 위해 성 안으로 들어오시면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욕설과 비방을 퍼부으라고 시켰다.
그래서 그들은 이튿날 부처님의 뒤를 따라다니며 강도, 천치, 어리석은 자, 비겁자, 겁쟁이, 황소, 망아지, 지옥에 갈 자,
찌꺼기, 잔인한 짐승 같은 자, 구제받지 못할 자,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을 자 등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또 그들은 먼지를 덮어씌우고 침을 뱉는 등 여러 가지 행동으로 거칠게 굴었다. 그러기를 며칠..
부처님을 모시고 함께 탁발을 다니던 아난다 테라는 부처님께 이곳을 떠나 다른 도시에 가자고 간청했다.
그렇지만 부처님께서는 이를 거절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아난다여, 만일 그 도시에서도 우리에게 이 같은 욕설을 퍼붓는 자들이 있다면 너는 어찌하겠는가?”
“부처님이시여, 그렇다면 다시 다른 도시로 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난다여, 다시 그 도시에서도 그런 자들이 있다면 너는 어찌하겠느냐?”
“그때는 또다시 새로운 도시로 옮겨 가야 할 것입니다.”
“아난다여,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느니라.
무릇 수행자는 소란이 있으면 그곳을 떠나지 말고 소란이 가라앉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느니라.
그리하여 소란이 가라앉게 된 다음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합당하리라.
아난다여, 누가 너에게 욕설과 비방을 하고 있느냐?”
“부처님이시여, 제가 이곳에 도착한 뒤로 시정의 불량배와, 종, 하인들이 제 뒤를 따라다니면서 연일 욕설을 퍼부어 댑니다.”
“아난다여, 너는 마땅히 알지니 여래는 마치 싸움터에 나간 코끼리와 같으니라. 싸움터에 나간 코끼리가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맞으면서도 자기의 임무를 잘 수행하듯이, 여래는 여래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느니라.
아난다여, 여래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저 어리석은 자들이 함부로 내뱉는 말을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 세 편을 읊으시었다.
싸움터의 코끼리가
날아오는 화살을 잘 견디듯
나 또한 어리석은 자들이 주는
갖은 욕설을 잘 참고 견디리라
오직 훈련된 코끼리만이 싸움을 이끌어 가는 것
그러기에 왕은 훈련된 코끼리만을 탄다
욕설을 참고 견디는 수행자는
실로 모든 사람 가운데 으뜸가는 성자
노새도 훈련시키면 신비의 준마가 되고
숲 속의 현자인 코끼리 또한 그런 법
또한 자기를 잘 다스리는 사람이
가장 으뜸가는 성자가 된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부처님께 욕설을 퍼붓던 많은 불량배들은 감동을 받아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려고 수도원을 방문했고, 그중 몇 명은 수다원과를 성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