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운사, 그대에게 감사합니다'
관리자
0
7,147
2011.10.06 00:00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느 절엘 가든지 법당 앞에 서서 주변을 한 번 둘러보라고.. 그것이 부처님의 시선이라고 하더군요. 삼운사 대불보전 앞에서 사방을 바라보신 적이 있나요? 왼쪽으로는 소양강이 도도하게 흐르고, 오른쪽으로는 듬직한 구봉산이 보입니다. 저 멀리 산들이 물결치듯 아련하고, 시야는 탁 트여 하늘이 시원합니다. 삼운사가 자리하고 있는 봉의산을 신령스러운 산이라 하는데, 법당에서 바라보이는 경치 또한 명품이라 할 만합니다. 마음까지 시원합니다. 한 줄기 청량법문입니다. 삼운사는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비비대는 일상과 도심을 벗어나 여기 와서 콧구멍에 바람 좀 쐬라고, 눈동자에 하늘 좀 담아 가라고.. 늘 가까이에서, 언제든 맘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게 활짝 열려 있는 삼운사, 그대에게 감사합니다.
이른 아침 법당에 가 보신 적이 있나요? 아침의 신선함과 경건함.. 그리고 이어지는 예경과 기도의 염불소리.. 하루 일과를 부처님과 함께 시작하려는 부지런한 분들입니다. 아침 햇살이 꽃살문을 스쳐 지나가면, 유치원 꼬마들의 재잘거림이 법당까지 들려와 부처님을 미소짓게 합니다. 귀여운 소리, 예쁜 소리입니다. 그 고사리 같은 손을 합장하고 반야심경을 외는 걸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다리를 틀고 앉아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깜찍한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또 일요일에는 학생들 법회로 절이 시끌벅적합니다. 활기가 넘칩니다. 법회가 열리는 날, 옹기종기 가족과 함께 절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보기 좋고 부러운 생각까지 듭니다. 삼운사라는 넓고 푸근한 품속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고 부부가 화합하며, 삼대 사대 가족이 함께 불심(佛心)을 가꿔가고 있습니다. 가정의 행복이며, 불교의 희망입니다. 넉넉하게 한 마당 펼쳐주는 삼운사, 그대에게 감사합니다.
아직도 삼운사를 모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택시 타고 ‘삼운사요..’ 하면 통하기에 춘천시민들은 다 아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더군요. ‘삼운사요? 어떤 절인데요?’ 라고 누가 물으면, 한동안 법당얘기부터 했었습니다. 법당이 무지 넓고, 여기서 저쪽까지 걸어가려면 한참 걸어가야 하고, 어디 엘리베이터 있는 절 보셨냐? 하면서.. 그런데 요샌 기도얘기를 꼭 합니다. 밤새워 기도하는 분들이 무척 많다는 얘길 꼭 합니다. 정기법회 때, 가족법회 때 나오시는 신도님들이 무척 많다는 얘길 꼭 합니다. 불교대학 얘기도 꼭 합니다. 옛 말에 이르기를, 산이 높다고 명산이 아니라, 신령이 있어야 명산이라 했습니다. 절이 아무리 크더라도, 염불소리가 작다면 어찌 절답다 할 것입니까? 절에 아무리 오래 다녔다 하더라도, 부처님 가르침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면 어찌 부처님의 제자, 불자답다 할 것입니까? 미망의 중생들에게 정진의 공간을 활짝 열어주는 삼운사, 그대에게 감사합니다.
가끔은 법당에서 우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절을 하다가 울기도 하고, 기도를 하다가 울기도 합니다. 무엇이 그토록 눈물짓게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듣고만 계십니다. 그러나 이미 보듬어 주고 격려해 주고 계십니다. 관세음보살님도 그저 말이 없으십니다. 그러나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시면서, 한량없는 자비의 눈길로 어루만져 주십니다. 불보살님의 사랑은 부모의 마음 그대로입니다. 수천년 동안 그래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품에서 위로받고, 힘을 내고.. 그렇게 견뎌왔는지 모릅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佛法)을 찾고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듯이, 불이 나면 119를 찾듯이, 마음이 불편하면 법당을 찾습니다. 법당에 불보살님은 공양받고 절 받으려고 저렇게 앉아계신 것이 아닙니다. 힘들어 하는 중생들을 도와주려고 기다리고 계신 겁니다. 법당의 주인공은 부처님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입니다. 인생살이에 지치고 상처받은 가슴들을 어루만져 안락과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삼운사, 그대에게 감사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제 곧 창립 기념일입니다. 삼운사 생일입니다. 삼운사는 무엇일까요? 우람한 저 건물이 삼운사인가요? 부처님이, 스님이 삼운사인가요? 간부님이 삼운사인가요? 신행단체가 삼운사인가요? 신도님들이 삼운사인가요? 삼운사는 어느 하나가 아닙니다. 삼운사는 그 모두입니다. 여러 장의 잎이 모여 한 송이 꽃을 피우듯, 삼운사는 모두의 화합과 노력으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입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입니다. 삼운사, 그대에게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삼운사, 그대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우리 모두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삼운사 법회지 '월간삼운' 201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