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여자도 못 당하는 여자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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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00:00
일전에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이런 얘길 들었다.
공부 잘하는 여자가 이쁜 여잘 못 당하고, 이쁜 여잔 시집 잘 간 여잘 못 당하고
시집 잘 간 여잔 자식 잘 둔 여잘 못 당하는데, 자식 잘 둔 여자도 못 당하는 여자가 있으니
그 여자는 바로 건강한 여자라고 한다.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내 생각엔..
건강한 여자도 못 당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는 누굴까?
그 여잔 바로 도(道) 닦은 여자가 아닐까?
도(道)란 무엇인가? 팔정도(道)다.
좌선, 염불, 다라니, 절, 사경.. 이런 게 팔정도에 해당할까?
물론이다.
그런 수행으로 여기저기 흩어졌던 마음이 오롯하게 모인다면 그게 바로 '정념'이고
그 오롯한 마음이 집중을 더 해 들어간다면 그게 바로 '정정'이며
그런 방향으로 마음을 다잡아가는 노력이 '정정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좌선, 염불, 다라니, 절, 사경.. 다 도닦는 거다.
도를 닦으면 뭐가 좋길래 그렇게들 열심인가?
도를 닦는 건 마음에 변화를 꾀함이다.
도를 닦으면 마음이 넓어진다..
같은 시련을 당해도 누구는 쩔쩔매고, 누구는 느긋하다. 왜인가?
마음자리가 오종종하면 별것도 아닌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고통스러워 하지만
마음자리가 넓으면 넓을수록 고통은 희석되고 소멸되기 때문이다.
마치 한 숟가락의 소금도 종지그릇에 타면 쓰지만 호숫물에 타면 아무것도 아니듯이.
또, 도를 닦으면 마음이 유연해진다..
부드러워진다, 말랑말랑해진다..
우리네 마음을 도장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다 지나간 일도 쉽게 지우지 못하고 꽁하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흙도장같은 마음이요,
당장엔 반응을 하지만 곧 잊어버리는 사람, 뒤 끝이 없는 사람, 쿨한 사람..
이런 사람은 물도장같은 사람이다.
이 정도만 돼도 인생살이가 한결 편안하다.
하지만 불교는 한 발작 더 나아간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은 공(空)도장같은 마음이다. 허공같은 마음..
허공에 똥 바가지를 던진들 더러워질 것이며
칼로 창으로 찔러댄들 상처가 날 것인가?
성불(成佛)의 모델하우스는 허공이다.
도를 닦으면 이렇게 마음이 넓어지고 유연해지고.. 마치 허공처럼 되기 때문에
'나'는 곧 우주와 합일되어 '나'는 사라지게 된다.
'나'가 없는데 나의 문제, 나의 고통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일체의 고(苦)가 소멸되어 완전한 평온, 열반 즉 행복에 이른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도를 한다' 할 때에도
자꾸 그런 방향으로 '나'를 놓아가고 희석시켜가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그렇지 못하고 오직 '나의 소원' '나의 성취' '나의 행복'만 세우다보면
오히려 '나'가 더욱 더 단단해지고 딱딱해지고 쪼그라들고..
그야말로 동쪽으로 간다면서 서쪽으로 가는 꼴이 되고 만다.
이제 연말연시다.
태어나고 죽고의 반복만 윤회가 아니다.
연초와 연말의 반복도 윤회다.
또 하나의 윤회 싸이클을 마무리하면서 망년회다 송년회다 바쁘기야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잠시 앉아볼 일이다. 잠시 눈을 감고 돌아볼 일이다.
나는 불자로서, 부처님 제자답게 올 한 해를 보냈는가?
'나'를 엷게 하는 쪽으로 살았는가?
'나'를 두텁게 하는 쪽으로 살았는가?
좌선을 몇 시간 하고, 염불을 몇 일 하고, 절을 몇 번 했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나의 수행은 과연 진전이 있었는가? 내 마음자린 얼마나 넓어지고 유연해졌나?
스스로 돌아보고, 살펴보고, 부끄러워 해야 한다.
부처님께선 '부끄러움'은 성스러운 보물이라고 하셨다.
부끄러움을 잃으면 모든 공덕을 잃는다고 하셨다.
이렇게 나를 추스리면서 연말을 보내고
이렇게 나를 다잡으면서 새해를 맞는다면
이것이 모든 불보살이 함께 기뻐하는 바이며
이것이 바로 수행자의 자세이다.
'내가 무엇을 생각할까 하면 도를 생각하고
내가 무엇을 행할까 하면 도를 행하며
내가 무엇을 말할까 하면 도를 말할지니
잠깐이라도 도를 생각하는 마음을 놓치지 말라'
<사십이장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