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야 맞는 시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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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6 00:00
우리집 거실 시계는 팔분 빠르다.
식구들은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팔분을 고려해서 시간을 파악한다.
아무 문제 없다.
그런데 언제였던가..
시계 건전지가 다 돼 갈아끼우면서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놓은 적이 있었다.
식구들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결국 팔분을 당겨놓았다.
가끔 오는 사람들도
팔분을 빠르게 보기 때문에
그들 생각도 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집 거실 시계는 빨라야 정상이다.
틀려야 맞는 시계다.
시계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내가 신입사원 시절에
어떤 차장님이 술버릇이 아주 고약한 분이 있었다.
쌍시옷 말에.. 옆으로 불러 어깨동무.. 그러다가 툭하면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모두들 그런 그가 싫었지만
차장님이 안 그러고 조용히 계시면
다들 걱정했다.
무슨 고민이 있으신가..
회사에 뭔 일이라도 있나..
그래서 그 차장님은 주정을 해야 정상이었다.
흐트러진 모습이 정상이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법륜스님 말씀이 한 자락 떠오른다.
말하는 입버릇을 못고치면 듣는 귀버릇을 고치면 된다고..
마찬가지로..
상대의 행동을 못고치면 해석하는 눈버릇을 고치면 되겠죠?
그렇다. 상대의 기준으로 그를 보면
내 인생은 한결 편안해진다.
틀려야 맞는 시계..
오늘도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