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가이자 언론인 만해 아시나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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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0 00:00
만해 평전 '첫키스로…'낸 김광식씨 사람 맞추기 스무고개 하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아직은 후보자가 여럿이다. 그러나 한고개 더, ‘스님’이 덧붙여지면 쉽게 답에 접근할 수 있다. 정답은 만해 한용운(1879~1944).
그러나 만해 앞에 붙일 수 있는 호칭과 수식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선사, 선학자, 소설가, 저술가, 근대시의 개척자, 혁명가, 불교개혁가, 선교쌍수의 종장…. <님의 침묵>의 지은이이자 민족대표 33인인 만해처럼 사랑받고 널리 알려진 이도 없다. 불교사학자 김광식(부천대 초빙교수·백담사 만해마을 연구실장)씨는 그러나 동시에 그만큼 그 진면목이 잘 알려지지 못한 이도 없다고 지적한다. 그의 시, 곧 그의 문학세계가 너무나 그를 대변하는 바람에 오히려 문학 못잖게 많은 성취를 이뤄냈던 만해의 다른 면모들이 가려버린다는 것이다.
만해는 문학뿐만 아니라 종교운동가로, 동시에 사회개혁가로도 위대했던 ‘전인’(全人)이란 점을 사람들이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 김 교수는 최근 만해 평전인 <첫키스로 만해를 만난다>(장승 펴냄·9000원)를 펴냈다. 만해의 일생을 찬찬히 추적하면서 만해의 체취를 맡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근대불교사를 전공한 뒤 독립기념관에서 독립운동사를 연구해온 김씨가 원래 관심을 가졌던 대상은 만해와 함께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두 명뿐이었던 승려 백용성(1863~1940)이었다. 이후 설악산 만해마을의 만해 문학박물관 건립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만해 연구를 시작했다. “만해의 시세계를 알려주는 책은 많아도 정작 만해의 일생을 알려주는 책은 거의 없습니다. 고은 선생의 책이 있지만 30여년 전의 것이고, 역사학자의 평전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인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책을 펴내게 됐습니다.”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만해는 한마디로 규정짓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워낙이나 활동범위가 넓고, 뛰어든 모든 일에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만해가 ‘언론인’이란 점은 뜻밖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만해는 <불교>지의 사장을 역임하면서 항일 불교언론 활동을 펼쳤습니다. 또한 1910년대 일본 불교가 한국 불교를 예속하려고 할 때 ‘임제종 운동’을 이끌면서 한국불교를 지켜냈던 불교개혁가로서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습니다.”
김씨는 만해의 삶을 관통하는 단어를 ‘도전정신’ 또는 ‘모험정신’이라고 본다. 불의에 대한 도전뿐만이 아니라 소신과 의지로 평생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청년시절에는 고향을 떠나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도전에 나섰고, 투옥생활을 마친 뒤 전혀 생소한 분야인 시와 소설에 도전했으며, 언론이란 영역에 뛰어든 것 역시 도전의 과정이었다.
김씨는 올해 만해 서거 60주년을 맞아 만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제는 ‘만해학’을 정립시켜야 할 때라고 봅니다. 만해의 사상적 측면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집단 이기주의 속에서 지조와 지성이 사라지고 참다운 지식인이나 사회의 어른을 찾기 어려운 시대에 ‘만해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새로운 좌표를 제시해주리라고 믿습니다.” 글 구본준 기자
03/13 <한겨레신문>